ASIA/라오스

[방비엥 Vol.2] 유유히 흐르는 쏭 강 위에 마음을 얹다

Joy_girl 2011. 5. 1. 12:01
edited by Joy


남편이 내게 물었다.

"얼굴이 슬퍼보여."

"모르겠어,. 기분이 안좋아.."

아.. 내 기분이 왜이리 안좋을까....
내 기대감과 현실이 무참히 깨져버렸을 때의 자괴감. 아마도 그게 내게 온걸까. 
 
내 머릿속의 방비엥은 그랬다.
해맑은 어린아이들이 빨개벗고 산천을 누비며,
어머니들(아낙네)은 빨래를 하다가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는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그런 소박한 곳.
자연과 사람이 도통 구분이 안가는 그런 투명하게 맑은 곳.

하지만, 우리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우리 눈에 띈 건 온몸의 부숭한 털을 내논 백인 남자들과,
긴 옷으로 몸을 가린 현지 여인들을 비웃기나 하듯
물에 젖은 비키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백인 여자들 
그리고 타투를 옷인양 벗고 다니는 바보 멍충이 같은 남자들 뿐이었다. 

추잡하고 징그러웠다.

저들은 여행자들의 룰을 어겼다.
여행자는 그들을 방해해서는 안되었다.
우리에게 항상 손을 합장하여 인사해주는 그들 앞에서,
대낮부터 그 산천을 락까페로 만들어 놓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춤추고 소리지르고 떠드는 건. 완전히 반칙이다. 완전히 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비엥의 자연은 아름다웠다.
아직 버티고 있었다.

 


한밤의 쏭강과 나무다리는 이렇게 예쁘다.
현지인들이 하나 둘 나와 물놀이를 시작하고 우리에게

"같이할래요?"
 
하는 눈빛을 보내며 수줍게 웃어준다.

바보같은 하얀 아이들이 아직 쏭강 주변밖에 점령을 하지 못했으므로
조금만 발품을 팔아 마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우린. 착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처럼 맑은 사람들.

꼬맹이가 빨개벗고 다리위로 올라와 하이파이브 하자며 손내밀고 있는 , 
친구들은 수영하러 들어갔는데, 내가 옆에 있어서 바지를 못 벗고 있는 부끄부끄 꼬맹이가 있는 곳. 
 

 

'크크 알았어 알았어~ 비켜줄께~ ㅋ'


그곳에서 만난 몇몇 백인 친구들은,
본인들은 저 파티장에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을 왜 저렇게 쓰레기통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그들의 마음이, 얼굴표정이 더 안 좋았다. 
아무래도 같은 백인 민족이라 더 그랬을까.

아마 이 곳도 계속 변해갈 것이다.
현재는 물가만 정령하고 있지만, 
단층짜리 목조가옥밖에 없던 이 낮은 곳에, 3층짜리 콘크리트가 들어서고 있으니,

어쩌면 어느날 이곳도 곧 인공적인 리조트처럼 되어버릴 수 있겠지만 -

바램은 
이 곳이 조금만, 조금만 더 천천히, 더디게 변해갔으면 하는 것 뿐이다.


참파라오 방갈로. 하룻밤에 30,000 낍 (약 3000원) 하지만 조식 포함이니 무료나 다름없다.^^



 

     어스름 져가는 고요한 산촌

    


 

        방갈로 앞문을 하트모양으로 해놓은 센스 ^^*


    


 

     아이와 엄마는 조용히 물길을 바라보며 연신 볼에 뽀뽀했다

     


 

        하늘과 물이 구분이 없어졌다.


       


어느 계곡, 눈만 빼콤이 내민 장난꾸러기 꼬맹이

남편이 꼬맹이들을 물 속으로 다 던져버려서 (정말, 던졌다. )

꼬맹이들이 물 밖으로 다 도망갔다가, 물속에서 포복하여 복수하러 오고있다.



방비엥이 더 변해버리기 전에,

이 곳에 오길 참. 잘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도시 방비엥,

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마을을 지킬 수 있도록

돈에 눈이 멀어 이 아름다운 산천을 내줘버리지 않도록
 
기도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어도 마냥 좋았겠지만,

이미 세상에 이 곳이 알려진 이상
 
무차별적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아름다운 신념을 기르기를 ..  

공부하고 배워서 자신들의 마을을 깨끗하게 지켜나가길 바라며...,


조금은 서글픈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방비엥을 뒤로하고 우린 루앙프라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