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엘찰텐 Vol.2] 무지개 드리운 피츠로이를 마주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7. 04:44



자~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 간만에 트레킹이라 몸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 ) ... 라고 하고 싶었으나 텐트와 침낭을 빌리고 매트도 두개나 챙기고 보니 가방이 터져나갈 듯 합니다. 그동안 먹고 놀기만 해서인지 체력이 저질이 된 것 같네요 ㅋㅋ 이 짐을 매고 내일까지 트레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목이 매이며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갑자기 먹고 싶습니다.


또레호수까지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바람도 기분좋게 살랑살랑 불어주고 중간에 맑은 빙하물을 떠 마셔가며 약 2시간여를 걸으니 저기 앞에 도착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또레호수에 도착하자 마자 불어닥치기 시작하는 바람은 ㅡㅡ;; 배낭을 매고 있는 나조차 앞으로 나가기 힘들게 합니다. '그래 이곳은 파타고니아니까 이정도 바람은 불어줘야지~'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내 모자는 300m 뒷편으로 날아갑니다. ㅠㅠ 다시 Back, Back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레호수는 빙하가 녹아서 형성된 호수입니다. 그래서 물 색은 옥빛을 띄고 있죠. 그리고 저기 둥둥 떠다니는 저것들은 깨진빙하가 호수가로 떠 밀려 온 것들. 하나를 집어들어 Joy 와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보기는 저래도 겁나 무겁네요. 자 이젠 아이스크림이라 생각하고 빙하를 우걱우걱 씹어 먹어 보려했지만 이놈의 풍치 ㅠ 이가 시려 먹을 수가 없네요 ㅋㅋ 이가 약하신 분들은 절대 도전하지 마십시오.


또레호수에서 왕복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전망대까지 빙하를 보러 다녀올 수 있지만 그날 워낙 바람이 쎄개 불어서 잠시가다가 포기했었습니다. 그 바람의 강도를 표현하자면 음 ... '막 이륙하려는 비행기의 엔진 뒷부분에 서서 꿋꿋이 정면을 바라보고 바람에 지지않으려고 애쓰는 내 모습 ?'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정신없이 뛰어가는 한 무리의 트레커들을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누군가가 부상을 당해서 도움을 주러가는 구조대원들이었어요. 아마 나도 꿋꿋이 나의 길을 갔더라면 ... ㅡㅠㅡ 잠깐 그런생각을 해 봤습니다. ㅎㅎ


이곳에서 포인세놋 캠핑장까지는 약 3시간 정도의 거리. 파타고니아의 해가 약 10시정도 지는 것을 생각하면 여유가 있지만 좀 서둘러 보기로 합니다. 그러다가 만난 마드레호수. 와... 이런곳에서 호수가 갑자기 나타나다니... 이것은 반칙이야 ㅠ
너무 평온한 풍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곳에 잠시 쉬면서 일행들과 사진도 찍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피츠로이를 바라봅니다. 수영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물도 너무 차고 수영복도 없네요. 생애최초 팬티수영 해봐? ㅋㅋㅋ


포잇세놋 산장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토레스가 막혔으니 많은 사람들이 피츠로이로 왔을 테지요.
자리를 잡고 미역국을 끓입니다. 아~ ㅠㅠ 역시 산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나 봅니다. 거기에 와인도 한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ㅎㅎ 산행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지금 공감 200%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피츠로이산의 일출을 제대로 보기위해서는 전망대 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4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각자 잠자리에. Good ninght.


다음날 나와 같은 텐트를 썼던 지한씨는 나의 수면속도에 놀랐다 합니다. 잘자라고 인사하고 텐트 지퍼를 닫고 났더니 내가 코를 골고 있더라는 ㅋㅋ 역시 나의 '수면3초 신공' 은 어디에서나 가능합니다.


다음날 새벽. 간밤에 몰아치던 비와 바람은 우리가 일출을 보려던 의지를 새우깡 부러트리듯 꺽어 버렸습니다. 남자 두명이 한 텐트에 자고 있었지만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우리 텐트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순간 오즈의마법사가 생각 났습니다. ㅋㅋ

새벽6시. 눈을 떠보니 비는 어느정도 그친 것 같고. 날은 이미 밝았어요. 하지만 혹시나 무지개가 떴을까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 WOW 무지개 하나가 피츠로이산 위에서 반짝 반짝 빛나고 있네요. 아무도 깨지 않은 이른아침의 이 풍경은 온전히 내 것인 것만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내 마음속에 또 하나의 소중한 기념품이 생겨버렸네요.


아침을 간단히 먹고 비그친 피츠로이 전망대로 향합니다. 약30도의 경사. 한눈에 보기에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Joy 는 어제 산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전망대는 올라가지 않고 좀 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진을 보더니 후회했습니다. 올라가시는 분들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ㅎㅎ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로스뜨레스 호수가 나타납니다. 정말 백만불짜리 풍경.
하지만 이곳의 바람은 어제 또레호수보다 더 하네요. 비행기 엔진 하나더 추가 하겠습니다. ㅋㅋ 팔을 펼치면 날아갈 것 같아 팔짱을 끼고 열심히 전진합니다. 다행히 비온후의 하늘은 말끔히 개어 깨끗한 피츠로이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이곳 피츠로이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암벽등반가들의 집합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런 곳을 어떻게 올라갈지 상상도 안되지만 누구나 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동경을 하는 법. 이제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암벽등반의 세계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키키

자~ 이제 하산을 위한 짐을 꾸려서 엘찰텐으로 돌아 갈 시간.
어제보다 더 좋은 날씨가 내려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청명한 하늘과 구름이 드리운 피츠로이의 산봉우리가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네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도 이렇게 좋은데 토레스 델 파이네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생각할수록 그 이스라엘 아이들이 생각나네 아우~ 만나면 궁둥짝에 불이나도록 패주고 싶어요. ㅋㅋㅋ


다행인 것은 엘찰텐의 날씨가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또레산이나 피츠로이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연중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요. 또레는 잘 못봤지만 다행히 피츠로이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게 볼 수 있어서 그것에라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참! 좀전에 들어온 소식인데요 토레스의 북부 일부구간만 오픈 되었다고 하네요 ㅋㅋ 아싸~
그럼 토레스 트레킹 후에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