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Vol.1] 힐다 할머니네 casa de familia ♥

Joy_girl 2012. 1. 4. 01:19

 



천성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세상사에 치이고 또 닳아져도, 그 착한 마음씨는 어쩔 수 없는 분.
그런 분을 우린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에서 만났다.

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남극으로의 배가 출발하는 곳. 우수아이아
2012년 새해를 시작하는데 세상의 땅끝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부에노스에서 5시간.
할머니의 집은 시내 중심가와 멀지 않았다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인포메이션센터와 고작 3분거리.
집앞에 한글과 일본어로 쓴 환영한다는 메모장이 자금자금 붙어있다
2인실이든, 4인실이든 방값은 모두 한명당 50페소 ^^ 
(아마 물가 비싼 우수아이아에서 가장 저렴한 금액이 아닐까!)

힐다 할머니네 집 Delogui 395 번지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후에 할머니가 계단을 내려오며
"꼬레아 꼬레아~" 하고 반갑게 웃으신다
부에노스에서 아르헨티나 교환학생을 만나 예약전화를 부탁드렸었는데,
비행기 연착 문제로 하루늦은 우리를 위해 여전히 방을 비워놓으셨나보다

여기 2층이 힐다할머니네 집. 무지개 뜬 어느 비온 오후 : )


그 때 부터였던 것 같다
할머니의 해맑은 웃음. 우린 이 집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2층에 올라가 방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할머니는 우리를 부엌 식당으로 부르신다
킹크랩 볶음밥!! 눈이 휘둥그래진 우리 ~ 비록 차가웠지만 너무너무 맛있다!
그리고 빵과 디저트까지. 우리가 배고플꺼라 생각하셨나보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침에 빵과 커피가 항상 식탁위에 구비되어 있었던 건 물론이고,
닭고기 스테이크, 비프 스테이크, 샐러드,스튜... 12월 31일. 우리는 정말 입이 행복해서 기절할 만큼
점심부터 저녁까지 할머니의 주름진 따스한 손이 해주는 음식들을 먹고 행복해했다
(물론 그 전날도, 훗날도 할머니는 우릴 보면 뭘 못해줘서 자꾸자꾸 무언가를 만드셨다)

할머니는 영어를 못하시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못했지만,
그렇게 바디랭귀지로 손짓발짓해가며
내용을 서로서로 골똘히 추측해가면서 박수치고 웃었다

비록 집은 오래되고 많이 낡았지만, 할머니도 살고 예쁜 딸도 함께 산다 (트레킹 좋아하는 유쾌한 딸)
참, 부엌창문밖 지붕위에 엄마고양이와 새끼고양이 세마리도 함께 산다
소고기 살점을 뚝뚝띠어 양껏 지붕위에 던져주는 힐다 할머니
그러면 어미고양이는 새끼고양이에게 고기를 배달하느라 바쁘다
새끼고양이가 밥을 먹는동안 핥아주고 이뻐해주고....
그런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Bueno mama, Bueno mama" 하며 좋은엄마라고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집 안 구석구석에 흐르는 따스한 기운 ..
몇 십년간 민박집을 했으면, 처음 같은 마음으로 민박집을 꾸리기도 어렵고,
사람에 대해 실망할 일도 적잖았을텐데...
할머니는 그저 다정하기만 하다

그 행복한 기운으로 우리는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세상의 땅끝에서 만난 새해의 일출은 그 어느 곳에서의 일출보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