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 EAST/두바이

[두바이 Vol.3] 사막 위의 롤러코스터를 탑승하다 - 두바이사막사파리

Joy_girl 2011. 7. 6. 19:32



하루종일 침대위에서 남편이 주는 약만 받아먹었다.

"난 사막사파리 안해도 상관없다. 내일 하고싶으면 먹으라" 는
이 남자의 무시무시한 협박 아닌 협박에
스프며 약이며 주는대로 냉콤냉콤 약을 받아 먹으니,
골반 아래부터 온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던 고통이
다음날 아침 씻은 듯이 나았다.

까이고 긁히고 넘어지고
쉴틈없이 다쳐대는 마눌덕에 구급약통을 끼고사는 이분. 
아마 세계일주 후에 남편 Jay씨는 거의 '준간호사' 되어있지 않을까싶다.
(이제 주사 놓는법만 배우면 되겠어요. )


그리고 어느덧 오후 4시 !
황금빛 사막을 질주할 하얀색의 크루저가  호텔앞으로 도착했다.

로비의 수많은 사람중에 "저분이 데리러오셨군" 하고 충분히 예상되는 외모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으니.


아.. 지금 보니.. 내 외모도 딱히 다르진 않구나.. (ㅡ,.ㅡ;)
 
커다란 빌딩들과 넓다란 두바이 도로 위로 30분을 달리니, 드디어 사막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사막 위에 저런 시원한 세상을 만들다니... (두바이의 버스정류장에는 에어콘이 나온다.)

"아저씨는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나 , 로컬 "

(이상하다.. 두바이의 현지인들은 거의 일 안 할텐데...)

나의 갸우뚱함을 눈치챘는지 아저씨의 바로 이어지는 보충설명 -

"나 원래 경찰 좀 하다가, 심심해서 취미로 사파리 해~"

그렇구나... 그저 자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년에 몇천불씩 나라에서 지원을 받는 두바이 현지인들은 심심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직전에 우리가 머물렀던 인도에서는 '단지 초등학교만이라도'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는 말에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우릴 쳐다봤던
로니타 생각이 났다.

그럼, 취미생활로, '사막사파리가 좋아서' 일을 하고있는 아저씨의 운전솜씨를 한번 느껴볼까



물처럼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 위를 질주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이어에 바람을 빼야한다.
조금씩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차 시트. 가슴이 콩닥콩닥.
그리고 시작된 사막 위의 크루즈.

차선도, 신호등도, 방향표시도 없지만 그들만이 알고있는 사막위의 길.
 
안전벨트를 채우자마자 차가 사막언덕을 올랐다. "아" 하는 동시에 옆으로 돌고있는 내 몸 .
그리고 바이킹같은 착지.
좋았어.
아저씨가 재밌어서 일한다는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DSLR 카메라 특권으로 아저씨 옆자리에 앉아 스릴을 만끽했다.

차는 우리를 태우고 그렇게 약 30~40분을 신나게 내달렸다. 오르락 내리락, 때로는 매트릭스처럼 옆으로 나르더니,
어느순간 아저씨는 아저씨만의 포인트에 차를 세웠다. 눈앞에 펼쳐진 사막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
뜨거운 사막에 발을 내딛자 모래보다 더 고운 모래들이, 발꼬락 사이로 스르륵 밀려들어온다.

 


이번 우리 세계여행에서의 첫번째 사막. 두바이.


 

  그리고 남푠과 나는 애들처럼 푹푹파이는 모래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랫바람을 날리며 치솟는 점프 전문가의 마이클조단도 울고 갈 날아요점프  

잘한다며 내가 박수를 치자, 이남자 나보고도 해보라고 종용한다.

내 점프 똥쩜프인데... 

그래도 기분에 취해 나도 성큼성큼 모래언덕위를 올라가 점프를 시도해본다.
    


괜찮나요 . 나의 알라딘 바지 점프

사실 점프라기 보다는, 뛰어내려오는 수준이지만
태양을 등지고 언덕위를 뛰어오르는 느낌은 - 하늘을 나는듯 상쾌했다.

그리고 사막위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척박한 사막위에 피어나는 꽃들
그리고 사막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태양

어둠이 내리고 우리는 사막캠핑장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낙타타기를 시도했다.
사실 '공정여행'이라는 이름하에 여러 서적을 접하고,
사람을 태우기 위해 야생코끼리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받는지를 알게된 우리는
아시아 여행중에 단 한번도 코끼리를 타지 못했다. 앙코르 시대에도 코끼리를 탔다는데....

하지만 베두인들이 타는 낙타는 용기내어 탔다.
남편은 낙타와 눈을 마주치며 '머라고 머라고' 대화를 시도하며 사진을 찍는 것 같았는데
낙타의 반응이 .... 내가 보기엔... 영 .. 귀찮으니까 끄져.. 느낌...

 


낙타의 볼록볼록한 등 사이사이에 올라탔다. 남편은 낙타에게 "미안해~" 라고 말하며 탑승했는데,
이 역시 낙타는 게의치않는 눈치였다. 똥을 뿌직뿌직 쌌다.

낙타는 뒷발부터 일어서고 그 다음 앞발을 일어서는데 ,
그래서 그런지 키 큰 낙타에 타면 흡사 어릴적 시소 놀이가 떠오른다.
쭈욱 일어선 낙타. 사막 크루저만큼 잼있는걸 !


동글동글 만두같은 낙타 똥들..
주 식사메뉴가 채식이어서 그런지 똥냄새가 없어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보니 이 남자, 맨발이었군요... 모래라고 신나서 또 맨발벗고 다녔구나..
그래도 발 한번 안다치는것 보면 참 신기해요)

낙타를 타고 한바퀴 돌고나자 캠핑장에서 사막 크루저 아저씨가 이리 오라며 전통옷을 입혀줬다.
두바이 현지인들이 입고다니는 까만색으로 꽁꽁싸멘 이슬람전통옷.

다른 지역에서는 저 옷을 봤을 때 덥겠다.. 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두바이에 오니 "현지 부자군" 이란 생각이 먼저드는 히잡 -
저 위에 그들은 샤넬백을 두르고 펜디 썽글을 끼고 베르사체 힐을 신는다. 
때때로 히잡을 쓰고 런닝머신 위를 뛰거나, 사우나를 하기도 해서 우릴 경악시켰는데,. 

머리카락을 본 남자와는 결혼을 해야한댄다.. 그래, 그렇다면 함부로 못 보여주지, 암. 
 

 


나도 한번 도전해보았다. 어색하지만 색다른 느낌.
사실 다른 지역 여성들과는 다르게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은 눈을 마주치기도, 인사하기도 쉽지가 않아서
이런 기회가 아니면, 히잡을 체험해 볼 방법이 거의 없는데,
.
이 복장을 하니,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오히려 더위를 피하게 해주는 듯.
그런데 웃어도 티도 잘 안나니 눈 마주치기가 쉽지않고, 
그러니 절로 경계심이 생기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이번엔 Jay의 도전.
   


어 울 린 다 ........

전통복 체험을 한 후, 나는 팔에 길게 이어지는 헤나를 하러 가고,
남편은 럭셜 반지 세개를 끼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시사(물담배)를 하고 있는 아저씨 곁으로 갔다.

 


모양이 예뻐서 누구나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는 '시샤'
두바이에서 처음 시샤를 접했지만, 그 뒤 도착한 이집트에서는 
어느곳에서나 요 물건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편하게 누워 시샤를 피우는데, 담배향이 아니라 플로럴이나 민트, 복숭아 향등이 나서 
옆에 있으면 좋은 향이 난다는 생각만 들 뿐 담배같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금액은 200원부터 2000원 까지 다양한데, 맛도 그만큼 다양하다고 .. 
위쪽의 석탄이 태워지고 하단의 물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사실, 시샤는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이집트의 전통 도구처럼 전역에서 쓰이고있다.
아주 옛날부터 중동 나라들은 물물거래가 활성화 되었었구나 . 

   


남편에게 시사를 권해준 반지 세개 아저씨.
(반지가 너무 커서 '반지의 제왕'이라고 불러드림)
아저씨의 권유에 남편은 시사를 한번 빨아보았는데,
 "기침 쓰나미"를 해서 나는 옆에서 또 빵 터졌다.


'매'와 함께 멋지게 사진도 찍고,
(그런데 지금 사진에서 보니... 무서워하는 거 티나네요 ^^)

이래저래 캠핑장을 신나게 누비며 놀고있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치킨 바베큐의 향이 스멀스멀을 우리를 자극했다.
물가 비싼 두바이에서 양껏 먹을 수 있는 기회 !

사실 남편은 여행 출발 후 2달사이에 자그만치 7kg이 빠져버렸다. (공항 수화물칸에서 직원들이랑 몰래 잼)
몸에 지방이 적고 근육량이 많아서 그런지,. 기초대사량이 많은 이 남자는 나와 같이 먹고, 같이 움직이는데 
저렇게 혼자 몸무게가 죽죽 빠져버렸다. 
"천천히 많이,  정말 많이 먹으라는 " 나의 신신당부와 남편의 다짐.


오랜만에 먹는 치킨바베큐는 정말 맛있었다. 약간 교촌치킨 맛이라고나 할까 ?
우리의 식욕과 함께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사막의 밤 .

식사를 한참 하는데 불이 꺼지더니 아름다운 여성분이 미끄러지듯 무대에 등장했다.
헉. 골반을 분당 200회의 속도로 흔들어주는 미녀 밸리댄서의 춤 시나위.
아리따운 이 댄서언니가 열심히 먹으며 구경중인 내 손을 잡아끌어서 위에 올라가 나도 덩실덩실 추었는데,
남편이 셔터 눌러대는 소리가 무대 위까지 들렸다. 그리고 무대에서 하강 후 사진은 내가 초고속으로 다 삭제했다.

그 다음은 잘생긴 옵화의 수피댄스.
수피댄스를 이 날 직접 처음 본 우리는 '저렇게 빙빙 도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집트에서 진정한 '기도하는 수피댄스'를 본 후, 두바이 수피댄스는 약간 서커스'끼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비록 수피댄스의 경건함은 없었지만,
30여분간 빙빙돌면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쇼와 전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함은
어쩌면 두바이 사막 사파리에서만 볼 수 있는 , 라스베가스를 닮아가고 있는 이 곳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남편에게 "여보 비행접시 같아. ! " 했더니,
또 낄낄 웃는다. 그의 동의가 기분 좋다.

그렇게 두바이의 밤이 저물어 가고,
우리에겐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

경유항공편의 문제로, 인도여행과 이집트여행 사이에서 낀 두바이여행. 
여행자들 사이에 '비싼물가로 인한 ''몹쓸 곳'으로 찍힌 두바이.

하지만 이 곳에서 우린 두바이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다. 
한 순간 부자나라가 되어버린 나라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임을.
즐거웠던 사막 사파리는 , 그들이 비록 '이집트의 사막사파리'와 '터키의 수피댄스' 등을 모방하고 있지만,
그 모방을 통해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이집트로 떠날 짐을 꾸리기 전에,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서 남편과 물장구치며 남은 두바이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튜브도 있고 좋구나 ~



굿바이 두바이. 

 
(그러나, 다음날, 우리에게 전혀 예상치못한 일이 일어났으니...... 우린 결코 굿바이를 하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