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 EAST/두바이

[두바이 Vol.2] 여행 단상, 사막 위의 살아있는 신기루

Joy_girl 2011. 7. 2. 17:49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이 저에게 물었죠.
'두바이는 오일로 이렇게 세워졌는데, 기름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될까?"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을 향한 우리는 중간 기착지인 두바이에서 갑작스런 물가상승으로
물가현기증을 경험하게 되었는데요. (맥도널드 빅맥 7,000원)

인공호수를 끼고 삐까뻔쩍한 자태를 보여주는 두바이몰과 7성급호텔이라고 불려지는 버즈알아랍,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위대한 분수쇼.
그런데 그 놀람과 환희 속에서도 금새 뒤를 돌아보면 느껴지는 어쩔수 없는 공허함과 황량함.

두바이에는 맛있는 현지음식이 없습니다.
나중에 "세계의 숨은 맛집"을 포스팅하기 위해 열심히 현지 음식들을 발로 찾아다니고 있는 저는 실망을 금치 못했죠.

음식이란 건
그 나라의 지나온 세월과 전통, 지혜와 감각을 반영하는 거니까요.
우리나라 음식에 담긴 지혜로운 생각들과 
그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음식들.. 촉감 색감 , 그리고 혀끝에 감기는 느낌들 ..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먹는 파인애플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소금과 후추에 찍어먹지요. 더운 나라이니까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서요.
저렴하고 맛있는 현지음식들은 그 나라의 날씨를 알려주기도 그 나라가 겪은 세월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여행자들이 지켜야할 원칙은. 하나.
"절대로. 절대로. 어떤 음식 앞에서도 얼굴을 찌뿌리지 말라."
그 음식을 사랑하고, 그 음식을 먹으며 삶을 살아온 사람들 앞에서
벌레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갖가지 향신료로 음식의 냄새를 없앤다고 해서 그 앞에서 인상을 쓰는것은
그 나라의 삶과 지혜에 대한 모독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
두바이에는 없는거에요. 
맥도널드도 있고, 럭셜한 레스토랑도 많고, 스타벅스, 커피빈 다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김밥, 떡볶기, 냉면 같은 그 나라만의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이 없는거죠. 

100년 전까지만해도 사막과 어촌으로 이루어져있던 이 황량한 땅. 문화가 없던 이 곳에
기름이 발견되면서 외국의 기술을 토대로 빌딩이 세워지고 사막위에 신세계를 만들어냈죠.

두바이에서는 현지인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인구의 현지인은 단 20%. 그리고 약 60%가 인도인, 그 밖에 다른 외국인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을 '돈을 벌기 위해' 이 곳에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나라 특유의 황량함과 공허함은 사막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이곳의 외국인들은 한마디로 다 노예라고 할 수 있죠.
백인 영어선생님도 , 인도 택시운전사도, 백화점에 일하는 타이 아가씨도..
외국인은 회사를 세우는 게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현지인을 스폰서로 세워야하는데요.
수익의 15%를 그 현지인에게 주어야한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앉아서 돈을 버는 거죠.
신봉건주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수의 군주와 엄청남 세금을 바치고 있는 대다수의 일꾼들.

두바이는 일단 빌딩과 은행과 회사들을 외국기술로 멋들어지게 세워놨는데, 그 정도에서 일할만한 자국 브레인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15년 워킹비자를 주지요. 세계 각국의 (특히, 인도, 동남아등지의) 엘리트들이 대거 들어와 일을 해줍니다.  물가가 훨씬 높으니 돈을 벌어서 가족에게 붙히는 거지요. 10년 15년 열심히 두바이에서 일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꾼들, 절대 국적은 취득하지 못합니다. 철저히 금지시켜 놨거든요. 

그리고 그 사이에 두바이는 자국의 2세들, 자라나는 새싹들을 교육하기 시작합니다.
남편 회사 거래처에서 만난 15년째  두바이 해운업계에서 몸담고 있는 인도여성분은 제게
"15년, 20년 뒤 그들이 자라서 이 자리들을 차지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떠나야하겠죠, 아마 ^^ "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랬습니다.
두바이는 우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나 교묘하고 똑똑하고 이기적으로 
자신의 나라를 발전시켜가고 있었습니다.

기름으로 인프라를 만들어놓은 후, 워킹비자로 외국인들은 일하게 하고,
그 사이에 자국민을 부강하게 함과 동시에 자녀들을 교육하고.

그래도 한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베이스가 없는, 기초가 없는, 전통음식조차 없는(Hmm..), 이 곳이 과연 세계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오일이 떨어짐과 동시에 하강할 것인가.
물론 미국도 역사는 200년밖에 되지 않았죠.
하지만 그들은 신대륙을 발견하고 자신들 스스로 땅을 갈구고 집을 세우고 힘을 키웠죠.
 
저의 이 아마추어 세계일주에서, 남편을 따라 시작하게 된 세계여행에서
지켜봐야하는 숙제꺼리 나라 하나가 생겼습니다.
베이스없이 나라가 가능한가.
다른 사람이 조립한 하드웨어에 내 소프트웨어를 얼만큼이나 안정적으로 장착시킬수 있을 것인가.

두바이. 디즈니랜드에서 건설을 거부하자 그 세배 규모의 놀이공원을 짓겠다고 했다는데,
오일파워가 어디까지 미칠지 이 역시 보고싶네요. (공항의 여권 검사줄도 '기름나는국가' 따로 서더이다... )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잘 있는거죠 ㅎㅎ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보고싶은 오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