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인도

[우다이뿌르 Vol.1] 지금도 왕이 살고 있는 호수의 도시

Joy_girl 2011. 6. 23. 17:52

도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델리,바라나시,아그라를 거쳐 우다이뿌르에 도착한 우리는 기차역에 내리면서부터 눈을 부릅뜨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꽉 잡았다. 매번 릭샤를 탈 때마다 프로페셔널한 릭샤꾼들과 흥정을 위해 진을 빼야했고, 바라나시에서는 어렵게 흥정해 탔는데도 사기를 당해 그 땡볕에 엉뚱한 곳에 내려주셔서 2km를 내리 걷기도 했으니..

우리의 첫 다짐은 그랬다.
"우다이뿌르에서는 당하지 말자!!"

그러나. 우리의 이런 다짐과는 너무나 다르게..
우다이뿌르역은 정말
아름다웠다.


뒹그는 쓰레기도, 지독히 우리를 괴롭히던 찌린내도, 소리지르는 릭샤아저씨들도 점잖해져버린 거리.
역에서 숙소(드림헤븐 게스트하우스)까지 30루피(1200원)에 너무 쉽게 오케이를 해준 릭샤아저씨는, 너무나 정확하게 우리의 도착지까지 원샷에 연결. 릭샤에 먼저 내려 이곳이 맞는지 확인한 남편을 민망케 만들었으니...

그렇다.
여기, 우다이뿌르는. 인도이지만 인도가 아닌 인도속의 또다른 인도였던 것이다.


1500년간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우다이뿌르에는 지금도 왕이 거주중이다.
시티팰리스를 찾아갔지만 결국 어느방에 계시는 줄 몰라 뵙지는 못했으나,
대신 길에 있는 사람들이 우릴보며 여기저기서 외쳐준다. "방가 방가 !"
한 명이 하길래 나도 같이하며 좋아라 웃었더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방가방가 ~ 난리가 났다.
(뭐랄까, 나와 남편은 길 중앙을 걷고 양쪽에 늘어선 사람들은 손흔들고 일어나며 반갑다고 외쳐주는 분위기를..호산나?)
그리고 즐거운 마음에 취한 나머지....

나는
결국, 따끈한 소똥을 밟고 말았다.
방가방가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웃고 난리났다. 남편도 옆에서 말은 괜찮아?~ 하며 배잡고 웃고 있다.
그래. 어짜피 한번은 밟을 응가,
우다이뿌르에서 밟게되어 차라리 잘되었다.
하지만 그 미적찌근한 미끄러지는 느낌은 아마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시티팰리스 내부에는 바깥세상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비싼 가격으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있다.
길에서 파는 대부분의 짜이는 5루피 안팎. (플라스틱 컵에 줌)
그러나 이 예쁘고 시원한 레스토랑은 140 루피. (물론 고급 주전자에 담겨 나온다)

너무 덥고 목이 마른데...  
밖에서 메뉴판을 한번 훑어보니 차 한잔이, 이건 두명 식사한끼 금액이다. 
남편이 내 표정을 봤는지 갑자기 잠시만 기다리랜다.

이 남자 레스토랑 매니저와 흥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5분 후,
들려온 소식은 우리는 특별히 50% 할인. 그리고 매니저의 웰컴 표정.
결국 우리는 백인들도 밖에서 메뉴표 한번 보고 지나가는 곳을,
70루피에 안에서 시원하게 앉아 시티팰리스를 감상하였으니... 
 


    


난 가끔 여행을 하며 남편의 색다른 능력을 볼 때가 있는데
가끔 이 날 처럼 '흥정의 대가'의 면모를 보여줄 때 특히 만족스럽다.
역시 날 먹여살릴 것 같다.

 


예쁘게 자수를 드린 양산들과 목각인형
하지만 결코 우산으로는 쓰면 안된다는 주인아저씨의 당부가 있어 과감히 포기했다. 



"이건 '난 결혼한 여자에요.' 라는 뜻이에요"
영어는 잘 못하지만 옆에서 조신조신하게만 웃던 보안관의 아내가 ,
자신의 신혼방에 데려가더니 내 머리에 붉은 칠을 해준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정말 희안하게도...
인도 남자들은 결코 나에게 찍쩝거리지 않고, 나를 진정한 사람으로 대해주었다.

아. 인도에서도 아줌마는 제3의 성이었던 것인가. ^^


그러면서 내게 자랑스레 보여준 발찌와 발꼬락찌.
결혼예물이란다.
그렇다. 이 곳 인도에서는 발꼬락찌를 한 여성들은 결혼을 했다는 증거인 셈.
내가 "우리남편은 이런것도 결혼예물로 안해주고 뭐하는거야 ~ 버럭!!" 이러며 장난쳤다니,
좋다고 박수치며 얼른 남편한테 사달라고 얘기하란다.



사람들을 아무사심없이 웃게 해주는 건 , 아가들이다
보안관 보스의 아들이라며 데려온 꼬마. 근데 저 뒤에 아저씨는 언제 저런 포즈를 취했는지... ;;



우다이뿌르에서 가장 높은 "루프탑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는 '드림헤븐 게스트하우스'
인도100배 가이드북에 '쿨해 보이지만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플레이보이'라고 적혀있는 주인장아저씨는
우린 비수기에 허니문할인 첨가하여 강변방에 더블룸 1박당 250루피를 지불했다. (7천원)
 
그리고,
어스름이 지자 우리의 숙소 드림헤븐은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시야와 환상적인 뷰
비오는 하늘의 선셋마저 아름답게 만들어버리는 조망 
(남편은 비오는데 야경을 찍느라 웃통을 홀랑벗고 있음) 

그리고,

100년만의 월식 (이클립스)
남편은 10시부터 2시간동안 하늘만 보며 이클립스를 기다리고, 나는 잠들었다.
그리고 12시에 이클립스가 드디어 시작되었을때... 나는 깨고 남편은 잠들었다.

(물론 1/3 쯤 진행되었을 때, 남편 깨웠음)

 


내 인생에 예정치않았던 세계일주의 길이 보이고,
용기내어 발을 내딛었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는 인도의 한 한적한 마을의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고
새로운 길에 걸음을 옮겨본다.

그리고 만나는 눈가에 주름이 자글히 잡힌 손흔드는 할배와
눈을 똥그랗게 쳐다보며 메롱메롱하는 꼬맹이,
내게 헤나를 해준다며 모여든 여인네들이 정겹다.

87세 할아버지가 건네는 5루피의 짜이한잔과 함께 시작하는
우다이뿌르의 하루.
호수와 궁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단돈 6$ 짜리의 이국적인 페인팅의 숙소.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노는 다람쥐들과 날개를 펴고 호수위를 가로지르는 박쥐들.

이 모든 순간들과 사람들이
우다이뿌르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