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인도

델리에서 포카라까지 34시간 육로이동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7. 14:51



Edited by Jay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델리에서 포카라 까지 육로 이동을 하려고 했을까 ?
말그대로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 쇼쇼~
그저께 12시에 숙소에서 체크인 하고 나온 우리는 오늘 새벽 6시 비로소 포카라의 로얄게스트 하우스에 체크인 할 수 있었다.

5월. 인도 전역은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성수기에 들어가 주신다.
인도에 도착한 다음날 고락뿌르행 기차표를 끊기 위해 여행자 센터로 가려했던 우리들은 두번째 사기를 당한다.
숙소에서는 분명 뉴델리역에 외국인여행자들을 위한 투어리스트 센터가 있다고 말했건만,
역 바로 앞에서, 그것도 인도 철도청 신분증을 내미는 친구에게 속아 약 2km 정도 떨어진 가짜 투어리스트 센터에 도착했다. 건물앞에 도착하자마자 직감적으로 '이건 아니잖아 -_-;;; 만들려면 좀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놓지 ... 허술하게스리ㅋ.'
'그러나 우리는 어제에 이어 또 당했다' 란 생각이 0.5초만에 스치고 지나갔다.

일단 올라가서 금액이라도 확인해 보려 하니, 소도둑놈 같이 생긴 사장님은 티켓이 완전매진 됐으니 3일을 더 기다리거나 카트만두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비행기 가격은 일인당 대략 200불. 헐... 생각도 해 보지 않았던 금액이다.

이런저런 다른 여행루트를 권고하는 소사장님을 뿌리치고 우리는 단호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가짜 센터 사진 한방 찍어주시고.





다시 델리 역으로 돌아가서 잘 살펴보니 대합실 2층(1st Floor)에 'Internationl Tourist Bureau' 라는 간판이 선명히 보인다.
(뉴델리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왼쪽 건물 2층으로 가면 되니 참조하시길)

거기서 다음날 출발하는 고락뿌르행 기차표를 끊었다. 소사장님께서 친절히 안내해 주신 전매된 티켓을 손에 쥔 우리 ㅡㅡv
하지만 싼 금액의 티켓은 모두 없고 AC2 칸만 가능하단다. 그거라도 어디냐~ 냉큼 주시오~ 했지. ㅋ

다음날 출발시간인 15시10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델리역에 도착한 우리. 출발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 기차가 없다. 그 옆 조그만 전광판에는 지연되거나 연착되는 기차시간표가 뜨는데 ...
'여보 저거 우리 기차아냐 ?'
'근데 옆에 20:00 라고 뜨는 건 무슨 의미일까?'
'설마 5시간 뒤에 출발하는건 아니겠지 ㅋㅋㅋ 설마...'
그랬다 ... 설마 ... 인도기차 ...이럴수가 ... 맙소사

위안을 삼은것은, 밤에 출발 할 예정이었던 또 다른 기차가 다음날 새벽으로 미뤄졌다는 사인을 본 후.
'그래 그나마 오늘 출발은 하니까 다행으로 생각하자 a(-_-a)'

이렇게 밤새 고락뿌르로 달리는 기차는 해가뜨고 중천에 솟아 오를때까지 도착할 생각을 않는다.
원래 13시간이 걸려야 하는게 정상인데 ... 정시도착을 바란 내가 잘못이다 ㅠ.ㅠ
기차에서 깔끔하게 18시간을 창밖만 바라보고 멍때리던 우리는 겨우겨우 물어물어 고락뿌르 역에 내리게 됐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안내 방송도 없다. 멍때리다 보면 중국을 거쳐 지금쯤 한국으로 들어와 있을지도 ㅡㅡ;;;


고락뿌르에서는 다시 인도-네팔 국경이 있는 소나울리 까지 가야 하는데
밴은 100루피 / 공영버스는 68루피 / 사설버스는 60루피를 달랜다. 원래는 공영버스를 탈 계획이었지만 요금도 더 비싸고 버스는 더 꼬진 것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설에 짐을 싣고 언제 출발할까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꽉꽉 들어 찰 때까지 출발할 생각을 않는다. 버스 내부는 어찌나 더운지 핀란드 사우나가 따로 없고, 버스 정원은 무제한인가보다. ㅡㅠㅡ '그만 태워라 이것들아 버스 펑크 나겄다.'

2시간이 걸린다던 버스는 도착할 기미도 안보이고 한창 지루하던 차에 차안에서 싸움이 났다. 흥분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하니 곧 뒤쫓아와서 또 머라머라 한다. Joy 와 나는 내심 불안해 하며 무슨 일인가 추측만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 젊은 놈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버스를 흔들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버스에 불이라도 지르면 어떻하나 ㅠ.ㅠ ... 하고 있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싸움은 일단락이 되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뒤에서 누가 밀어서 한 놈이 버스 밖으로 떨어져 뒹굴었나 보다. 거기에 열받아서 친구들 까지 동원해서 자기 밀친놈 찾겠다고 그 난리 였던 것. ㅡㅡ;;
우리는 진심으로 힌두교와 무슬림 간의 단체 패싸움이 아닐까 라는 상상까지 했었는데. ㅋㅋㅋ


소나울리에 도착한뒤 300m 직진 하면 우측편에 조그맣게 인도 Immigration 이 보인다. 구멍가게 같다. 누군가 불러 세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뻔 했을 정도. 거기서 출국도장을 받고 다시 200m 직진하면 네팔 Immigration. 영감님 두분이 졸다가 나오신다. 이거 그냥 왔다갔다 해도 모르겠는데 ㅋㅋ 네팔 비자는 15일 25USD - 한달은 40USD 이다. 본인의 일정에 맞게 받되 하루에 2USD 만 내면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는 연장도 가능하니 참고 하시길.


이제 마지막 소나울리-포카라 구간 버스만 타면 된다.
역시나 삐끼가 붙어서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 주겠단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격부터 알아보고, 혼자 나와서 여기저기 다시 알아보니 다들 그 여행사에서만 티켓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 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나 또 당했다 ㅠ.ㅠ 이젠 한 마을이 아예 작당하고 골탕을 먹인다.

소나울리 포카라 구간티켓은 네팔 Immigration 나온 곳에서 200m 정도 더 직진하면 찾을 수 있는 티켓부스에서 발권이 가능하다. 티켓부스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카트만두/포카라 행 티켓을 살 수 있다고 표기되어 있는데 공터 내부에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상. 우리는 밤 8시에 출발하는 마지막 슬리핑 버스를 500네팔루피에 구매 했는데 티켓부스에서는 410에 구매가 가능하단다.

그리고 마지막 ... 밤8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6시에 우리를 포카라에 내려준 공포의 슬리핑 버스. 슬리핑 버스란 ? 여행자들이 밤새 이동하면서 편하게 잠잘 수 있도록 해 주는 버스 아닌가 ? 근데 이건 머 10시간 동안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다. ㅠ.ㅠ 의자는 100도 밖에 안 젖혀지고 에어컨은 커녕 팬도 없으며 출시때부터 아예 완충기능이 없는 버스인가 보다. 도로의 비포장상태가 내 찰진 엉덩이에 그대로 전해진다. 어찌어찌 잠들만 하면 이번엔 모기때들이 달려들어 네팔에서의 첫날밤을 방해한다. ㅠㅠㅠㅠㅠ 나 좀 내버려 둬 주삼.

새벽4시부터는 거의 뜬눈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마지막 하일라이트 구간이 나타났다.
안개 ... 가시거리 1m 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 비포장도로를 시속 120km 로 달리고 있다. 첨과 같은 속도로.
근데 도로도 표지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버스 기사님은 인간 네비게이션인가 ? 도로가 어디에서 구부러 지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다 외우고 있단 말인가 ? 아니면 !!! 그냥 막 달리는 건가 ? 반대방향에서 달리는 차들이 1m 앞에서 겨우 아슬아슬 피해간다. 그냥 깨지말고 모기한테 뜯기 더라도 계속 잘껄 그랬다.

이렇게 도착한 포카라. 이곳은 과연 천국인가 지옥인가 ?



* 참고사항
델리(뉴델리역)-고락뿌르 : 2AC - 1100인도루피/인 (20:20 출발 다음날 14:30 도착) -> 투어센터 잘 찾아 갈 것. 투어센터에서는 티켓당 대략 40~60루피 정도 수수료로 가져 가는 듯.
고락뿌르-소나울리 : 사설버스이용 - 60인도루피/인 (3시간소요) -> 고락뿌르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100m 다시 우회전해서 200m 들어가면 공영버스 정류소. 공영버스 앞 유리에는 노란색 글자가 붙어있음.
소나울리-포카라 : 공영버스이용 - 500네팔루피/인 (10시간소요) -> 정상가는 410네팔루피이며 주간버스는 더 싼 것 같은데 정확한 금액은 확인 못 했음. 주간은 대략 8시간 소요 된다 함.

총 소요시간 34시간 (25일 저녁 8시 출발 27일 새벽 6시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