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네팔

[네팔 Vol.3] 구름속 산책 - ABC 트레킹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10. 13:54




Edited by Jay

언젠가부터 내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히말라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8,000m 이상의 봉우리를 한번 정복해 보는 것일 정도로 내게 히말라야는 산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 히말라야의 고봉인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1' 이 마치 동네 뒷산 처럼 보이는 로얄게스트하우스에 둥지를 틀고 트레킹 준비에 들어갔다.


우연히 두 사람의 동행을 구했고, 산촌다람쥐에 부탁을 해서 퍼밋도 받았다.
신발, 스틱도 모두 공짜로 구해지고 날씨도 우기 같지 않게 좋은 듯 하다. ABC 에 도착하면 멋진 일출, 일몰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 (^^v) 동행 중 한명인 지현이 누나는 본인이 맥그로드 간지에서 본 달라이라마의 힘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트레킹 출발일.
아침 6시에 출발을 하기로 약속한 택시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이놈... 800루피에 가자고 했더니 고새 딴 손님을 구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큰길로 나가 이리저리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해보고 1,000루피에 최종 낙찰. 4명이서 나야풀까지 그 가격이면 괜찮다. 비수기이기에 가능한 가격인 듯.

비레탄티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좀 더 가니, 퍼밋을 확인하는 사무실이 보인다.
우기라서 사람이 많지 않은지 오늘은 우리가 첫 손님이네 ㅎㅎ 어제는 단 28명만이 입산을 했단다. 과연 우기에 트레킹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 우리의 여정은 4일간 ABC 까지 오른 뒤, 3일동안 내려오는 것이 었지만, 아시다시피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나는 하루만에 내려오고 나머지는 이틀만에 도착을 하게 됐다.


첫날 숙소는 간드룩, 해발 1,940m 로 오늘 하루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럭저럭 먹을만 한 달밧과 가파르지 않은 산들. 공기가 좋은 것이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하루.

이튿째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말로만 듣던 3,000 계단.
오우마이 갓 !!!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다. Joy 는 10계단 오르고 헉, 헉,,,, 헉
본인도 이런 길을 오르게 될 것이라곤, 아니 히말라야를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Joy 는 산을 왜 오르는지 이해를 못하는 여성이었다.
산이라고는 청계산 잠깐 올라가 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 그런 친구가 지금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향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ㅋㅋㅋ 나중에 본인이 말하길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안갔지~ ㅡ.,ㅡ' ㅋㅋㅋ 역시 약간의 백치미는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ㅎ


촘롱 도착 직전에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중간에 목이말라 산딸기를 따 먹으면서 시간을 지체 했더니 억수같은 비를 만났다. 잠깐 산마루 쉼터에서 짜이를 한잔 마시고 있으니 비가 좀 잦아들고, 우리는 왔다갔다하는 닭만 쳐다보면서 내려가면 꼭 닭백숙 한 그릇 먹자고 약속했다. ㅋㅋ


촘롱에서 하루를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마차푸차레가 그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Holly God !!! 그 푸르름이란.
근데 어째 다들 분위기가 '이제 볼 것 다 봤으니 하산하자~' 라는 분위기다 ㅋㅋㅋ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이제 시작인데 더 봐야 할 것들이 많지 않을까 ?


촘롱에서 시누아로 가는길에 러너들을 만났다. 안나푸르나 마라톤에 참가하러 가는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보스를 만나 참가 허락도 받는다. 오예~ 순간 내 몸속 아드레날린 수치는 최고치를 넘어서고 훈련을 핑계로 혼자서 열심히 앞서가기 시작.(나는 열혈 B형 남자) 열심히 걸어 히말라야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를 히말라야로 할지 아니면 데우랄리로 할지 의논을 하다가 비를 좀 맞더라도 내일의 편한 산행을 위해 데우랄리 까지 오르기로 합의를 하고 우비를 주섬주섬 꺼내쓴다. 이제 해발고도는 3,000m 를 넘어서고 식물들의 높이가 무릎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녁 6시 데우랄리에 도착하고 산장은 마라톤 대회로 때 아닌 성수기 같은 분위기다.
아직 고산증 증세는 다들 없는 걸 보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일찍 잠자리에 든다.


드디어 ABC 정복일. 오늘 일정이 여유가 있긴 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아지는 만큼 천천히 산행을 하자고 얘기하고 출발. 어제부터 함께해준 네팔의 마라톤 참가자들이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건네준다. 알고보니 이들의 직업은 대부분 군인, 경찰, 포터 및 가이드. 안나푸르나 마라톤이 첫회이기 때문에 대부분 초대를 받거나 본인들 마을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참가를 한 듯 하다. 이런 사람들 틈에서 내가 얼마나 잘 뛸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깡 하나만큼은 한국인이 높지 않은가 ? 한국인의 '깡' 을 내가 보여주겠다 ... 고 했다가 완전 피봤지 ㅠ.ㅠ 아~우 다시는 생각하지 싫은 10시간의 악몽이었다 ㅋㅋ



MBC 에 도착, 이제 해발 4,000m 를 넘어서고 주변산세가 아주 가파르게 느껴진다.
우기에 트레킹을 하면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나름의 매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푸르른 초목들이 눈을 편안하게 해 주고, 물이 많아지니 폭포 물줄기 들이 시원하게 떨어진다. 더울때가 되면 알아서 비를 뿌려 온도도 낮춰주고, 마지막으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히말라야 거머리들까지 볼 수 있으니 덤 아닌가 ㅋㅋㅋ 하지만 담번엔 꼭 가을시즌에 맞춰 올꺼양 ㅋ


ABC 가 눈앞에 보인다. 앞서 도착해 있던 쿠마르가 얼른 오라면 손짓 하는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마지막 200m 를 전력질주 해서 달려간다. 곧이어 눈앞에 펼쳐진 환상같은 일몰. 안나푸르나1, 3, 다올라기리, 마차푸차레, 저 고봉들이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촛불처럼 영롱히 빛나고 있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그 기쁨에, 그 감격에 쿠마르와 수바스, 나는 미친듯이 춤추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꺼풀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치 그날이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 ... 그랬지 그때 우리 옆에는 고.산.병 이라는 분이 웃으며 '이제 너희는 나와 함께 ABC 에서의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하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밤부터 셋다 완연한 고산증세를 보이며 다음날 하루죙일 쾡~ 한 눈빛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후에 다른분께 들은 얘기지만,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발 3,000m 이상 올라가면 비니 및 기타 방한장비로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가급 머리고 감지 말아야 하며, 충분한 수분 및 비타민 섭취를 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충분히 여유있는 일정으로 천천히 등반을 해야함은 물론.


다음날 아침에도 역시 환상적인 일출. 앞서 얘기했던 달라이라마님의 기운덕분인가 ? ㅎㅎ

그렇게 6월 우기의 ABC 는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추억들을 선물로 남겨주었다.

너무 많은 준비와 걱정은 오히려 사람을 약하게 만들 수가 있다. 긍정의 힘, 난 그것을 믿는다.
비록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한번 웃어넘겨 버리면 후일에 좋은 추억의 하나로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