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네팔

[네팔 Vol.2] 히말라야가 내게 남긴 것들 ..

Joy_girl 2011. 6. 7. 15:01

2011.05.29~2011.06.04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해발 4130m. 6박7일의 여정.

3000개의 계단을 오르고,
빙하로 얼어가는 70도 경사의 눈절벽을 건너고,
한사람 밖에 지날수 없는 깎아지른 산세를 떨리는 맘으로 내딛었습니다 .

그러자
안나푸르나의 구름덩어리들이 발 아래서 솟아오르고,
눈 덮힌 산들이 360도로 저희 주변을 감싸 안아주기 시작하였죠.
그 숨막히는 떨리는 순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학창시절에도 힘든 운동이 하기 싫어  뺑소니쳐댔던
체력장 5급의 19점짜리 서른살의 여자가
남편을 믿고, 산을 믿고, 나를 돌봐주는 신을 믿고 
빈혈수치 7.5 의 약해빠진 체력을 극복하고 ABC를 정복했습니다.

제가 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을거에요.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사진과 이야기들을 살짝 보여드릴께요.
(자세한 여행기는 후에 자세히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 히말라야가 내게 남긴 것 들 -


 



현지식인 달밧(Dal-Bat)을 질릴때까지 먹다
(산이 높아질수록 음식값은 천정부지. 그중에서 유일하게 리필이 되던 음식. 달 밧.
이 밥 위에 우리는 자반을 소중히 뿌리고, 고추장은 특별식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트레킹 이후로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노래는 "달 달 무슨 달~ 쟁반가득 담긴 달~" 이 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거머리를 보고, 물려서 양말이 피로 젖고, 급기야 나중에는 손으로 떼어내다
(우리와 같은 숙소에 머물던 한 네덜란드 남자는 운동화를 벗자 7마리의 거머리들이 꾸물꾸물 모습을 드러냈다고)



두 아들을 한국으로 보낸 네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해발 2500미터에서 손수 딴 자두를 권했다.
고마운 마음에 건넨 우리의 20루피(300원)에 할아버지는 나무위에 올라가 두 접시가 넘도록 자두를 따 주었다.



해발 37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도 꽃망울을 티끌없이 피워내는 꽃들을 만나다 
(그 높고 추운 곳에서 저렇게 예쁘게 자라는 게 신기해서 한장 한장 찍다보니, 
사진 안에 붉고 노랗고 푸른 꽃이 가득해졌다. 
어쩌면 이렇게 야생화 전문포토그래퍼가 탄생하는게 아닌가 싶다. 호호^^ )

 


설산을 배경으로 마시는 단 1불짜리의 짜이는 그 어느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감동이었다.

      


너무나 착하고 순박한 네팔 사람들에게서 "진짜 인사하는 법"을 배우다
       
  


네팔 사람들도 도미토리룸 방값을 "두당"으로 받는다. ( per head )

    


히말라야에 사는 멍멍이들은 무보수로 트래커들을 가이드 해준다.
(※ 주의사항: 가끔씩 더 큰 쿠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팔리기도 함 )


히말라야에서 길을 잃었다면 당나귀 똥이 많은 곳으로 걸어가라.

     


트래킹 중에 만난 프랑스인, 
"앤쏘니"는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파리의 벼룩시장에 팔기도 하는 멋진 스무살이 청년.
남편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명풍경들을 사진속에 담았다.



윈드자켓을 입고 연두색 비닐을 세군데 잘라 우비를 만들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몇시간을 걸어 촘롱이란 절벽 마을에 도착했다.
네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며 웃는다 
가방을 메고 등이 볼록 나온 모습이 아마 거북이 같은가보다.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는데 나도 기분이 좋다
그들의 웃음은.. 항상 맑고 착하고 수줍어서 아무리 웃어도 도대체 기분을 나빠할 수가 없다.



트레킹 6일째,
내 허리는 25인치를 하위하고,
허벅지는 네팔의 구룽족 여성 못지않게 검게 그을렸다. 


서른 살의 남편 "이원진"씨는 동남아 마라톤계의 살아있는 전설 , 보스 아저씨에게
마라톤 참가허락을 받고 '넘버 30' 을 단 후 
난생 처음 뛰어보는 안나푸르나를 "30등"에 들어오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드디어 해발 4000미터를 넘기고
나는 저산소증과 두통으로 사람이 자면서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 다섯걸음에도 숨이 헐떡여지는 고산에서
내 뒤를 지킨 사람은
나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
거짓말 같이..

우리는 이 위에 서 있었다.



'부다 호'  '부디 호'
내 남편입니다.
내 아내입니다.

이 두마디에도 배꼽을 잡고 손뼉을 치며 잘한다고 웃어주던 사람들

그 착한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발짝 한발짝 산을 오르자

너무나 멀고 높게 느껴졌던 거대한 히말라야의 산들이
어느새 내 눈 앞에, 내 허리춤에, 내 두 발아래 
그 장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든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하면,. 못 할 일이 없다.

서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는 
따뜻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그 어떤 걸음도
새롭게 힘을 내어 내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