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네팔

[네팔 Vol.1] 히말라야를 달리다 - 안나푸르나1 마라톤 참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7. 01:24



Edited by Jay

히말라야를 달리고 왔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 였지만,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 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ㅋㅋㅋ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

AnnapurnaⅠMarathon : 해발 4550m 에서 시작해서 1500m 까지
일시 : 3.Jun.2011
거리 : ABC(Annapurna Base Camp) ~ Dhampus 구간 - 42.195km (실제로는 약 45km)
인원 : 60명 (외국인 참가자 2명)
기록 : 9시간58분32초 (1위기록 4시간23분대 Crazy .... ㅡㅡ;;;)
순위 : 30위

5월29일 Joy 와 함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이하 ABC)를 목표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정상까지 4일, 내려오는데 3일을 잡고 포카라 숙소에서 동행 2명을 더 구해서 출발지인 나야풀로 고고씽,
첫날 간드룩 까지의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고 2일째도 해발고도 2170m 의 촘롱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다.

3일째 아침,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하는데 여러무리의 네팔인들이 ABC 정상을 향해서 올라가는데 그 모습이 사뭇 달라보여 물어봤더니 6월3일에 ABC 정상에서 출발하는 마라톤대회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 반갑기도 하고 급 관심이 생겨서 여러사람과 얘기해 본 결과, 이번이 처음 열리는 대회라서 얼마나 힘들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보통 2~3일에 걸쳐서 트레커들이 내려오는 구간을 제한시간 11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을 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참가가능 여부를 물어봤더니 자기네 보스에게 물어보고 얘기해 주겠단다.
얼마 후 보스가 도착했고, 마라톤 경력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흔쾌히 허락해 줬다. 알고보니 보스도 풀코스 2시간15분대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네팔의 국민영웅 ㅎㅎㅎ

정말 ABC 까지 가는 이틀내내 흥분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올라갔다.
일정은, 해발 4150m 의 ABC 에서 도착 후 이틀을 머문 뒤, 3일 오전 6시에 출발을 하는 것.

하지만 시작부터가 문제였다. ABC 도착 후 너무 좋은 날씨에 급 흥분해서 옷벗고 뛰어 다녔더니 고산증세가 찾아온 것.
밤새 두통에 시달리고 호흡이 가쁘더니, 급기야 심박동수가 평소의 두배로 올라가고 시야가 흐려지는 등 완연한 고산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도를 낮춰서 내려가면 괜찮다고들 하지만 그러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우선 다음날 오전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고 쉬었지만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어쩔수 없이 고산병 약인 '다이목스'를 한알 먹고 나서야 두통이 좀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나머지 증상들은 나를 괴롭혔고 대회 전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워서 쉬기만 해야 했다. 다이목스를 먹게 되면 증상은 호전 되지만 휴유증으로 목마름이 심해 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물만 마셔댔다. 마늘스프와 빵 등으로 겨우 식사를 하고 하루를 버텼다. 오직 대회참가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회날, 밤새 찾아온 두통이 출발 직전까지 나를 괴롭혔지만 4시반에 기상. 준비를 하고 출발선에 섰다.
그때의 그 감동이란 ... 7,8천 미터의 고봉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그 산들을 보며 달리기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지만 내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다올라기리 등 히말라야 설산들을 뚜렸이 볼 수 있었다.

총성이 울리고 6시 출발.
시작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산악마라톤은 한번도 경험이 없었던 터라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단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 하기만을 기도할 뿐.

ABC~MBC 구간. 올라갈 때 거의 2시간이나 걸렸던 구간을 15분만에 돌파했다. 하지만 벌써 선두권과는 어느정도 거리차가 생겼고 아직 고산증세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호흡이 힘들다. MBC~데우랄리 구간까지 35분. 이 구간 이후부터는 고산증세가 사라지고 호흡도 어느정도 편하게 가능해 진다. 하지만 초반에 무리한 탓인지 온몸에 근육이 수축되고 젖산이 많이 생성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후 구간부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많이 쉬기도 했다.

하프구간인 촘롱까지 4시간 소요. 선두 그룹은 이미 한시간반전에 통과해서 지나갔단다. 도반에서 촘롱까지의 그 오르막은 ...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ㅡ.,ㅡ;;; 가도가도 끝이없는 급경사의 계단. 뛸수도 없었을 뿐더러 3번이나 쉬어야 했다. 후에 들었지만 모든 런너들이 꼽은 가장 끔찍했던 구간 1위였던 그곳. 하지만 선두그룹은 그곳을 쉬지않고 20분 동안 뛰어서 올라갔다고 하는 후문이 ㅋㅋㅋ

하프지점에 있던 체크 포인트에서 목에 천을 하나 둘러주고 이마에 붉은색 점을 찍어준다. 아마도 축복의 의미인 듯. 하지만 더워죽겠는데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 몸상태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의료진에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미 내 마음은 수천번도 더 후회를 하며 계단을 오른 후 였다. ㅋㅋㅋ

촘롱~뉴브릿지 까지는 다시 깎아지른 듯한 급경사. 45분을 미친듯이 뛰어내려오고 나서 실신해서 쓰러져 있는 내 곁을 네팔 여자주자 한명이 추월해 간다. 이를 악물고 쫓아 가고 싶었지만 몸따로 마음따로. 내 몸은 어느새 '만.신.창.이' a(ㅡ.,ㅡa)

가게주인 아주머니가 불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정말 ABC~담푸스 까지 하루만에 내려가는게 가능하냐고 묻는데, 처음 열리는 대회라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뭐라뭐라 하면서 다시 일하러 갔다. 아마도 ... 미친게 아니냐는 듯한 어투로 ㅋㅋㅋ

이후 쉬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고 물과 쵸코바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7시간이 지나갔다. 아직 갈 길이 14km 정도 남았는데. 그러다가 톨카에서 Joy 를 만난것이다. 사실 Joy 는 대회 전날 ABC 를 출발해 일행과 함께 하산을 시작했다. 대회당일 골인점이 담푸스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막바지 지점에서 만난것이다. 너무 반가웠지만 웃어줄 힘도 없었다. 이미 내 몰골은 지구를 한바퀴 돌고온 사람과 같았을 것. 레드불을 한잔 마시고 10여분간 쉬다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 골인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이 기회를 빌어 대회참가에 흔쾌히 허락해준 Joy 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마지막 구간 톨카~담푸스. 시간을 보니 어쩌면 10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가는 주자 2명을 추월하고 폰타나에 도착하니 시간은 9시간30분이 넘어가고 진행요원이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하는 얘기를 듣자마자 정말 젖먹던 힘들다해 뛰기 시작, 골인지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축하해 준다.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피니쉬라인 외에는 ... 기록을 물어보니 9시간59분32초. 10시간 이내 도착했고 30위의 기록이라 한다. 그때의 그 감동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대회주최측에서 나와 직접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축하해 준다. 그래도 나름 외국인 1위의 기록이니까 ㅋㅋㅋ. 첫 대회란것을 생각하면 International Part 최고기록이라고나 할까 ㅋㅋ

모두의 축하를 받고 사진도 찍고, 30분을 쉬었지만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설상가상, 밥먹으러 숙소로 라고 하는데 숙소가 이미 지나왔던 코스의 초입에 있다. 그것도 오르막길 ㅡㅡ^
이런 무성의한 주최측 같으니라고 ... 담번엔 꼭 대회장 근처로 숙소를 잡아 놓으시길 ㅎ

첫대회라서 참가비도 숙식도 모두 주최측에서 지원을 해 줬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다른 한국인들에게 소개해서 많은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함께 생사고락(?)을 했던 수바스, 쿠마르, 리키, 비렌, 로비. 그리고 보스. 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네팔에서의 이 일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다시는 안나푸르나 마라톤에 참가하지 말자고 굳건히 맹세했다. ㅋㅋㅋ

해발 4550m 의 천국을 달리는 기분. 내가 언제한번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마라톤을 할 수 있을까 ?
누군가는 미친짓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Live, never to regret' -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