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페루

숨겨진 잉카의 발자취를 따라 마추픽추로 - INKA TRAIL Vol.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9. 13:13

 

 

 

 

트레킹 2일차. WAYLLABAMBA~PACAYMAYU(9km). 오늘은 가장 높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자고 빅터가 재촉을 합니다. 이번 34일의 여정 중 가장 높은 4,200m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DEAD WOMEN’S PATH. 죽은 여인의 고개 입니다. 이름이 왜 그런지 가이드가 설명을 해 주긴 했는데 기억이 없군요 ㅋㅋ. 오르막길을 끝까지 완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땅만 보고 천천히 올라가기. 더군다나 4천 미터가 넘는 고도이기 때문에 호흡도 아주 중요합니다. 노르웨이 친구들이 코카잎을 좀 나눠줘서 씹으며 천천히 올라 갑니다.

 

 

올라가다 보니 포터들도 가다가 쉬었다 가다 쉬었다를 반복하길래 과연 저 짐의 무게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더군요. 나랑 배낭을 바꿔 메고 가자고 했더니 포터 대장님이 괜찮겠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난 이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뛰어서 하루만에 내려온 사람이야. 체력엔 자신이 있다구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짐을 져보니 20kgs 은 족히 넘을 것 만 같았어요.

 

배낭도 아니고 저런 가방에 짐을 20kgs 나 넣고 34일의 길을 함께 걸어 모든 일을 다 도맡아 해야 하는 포터들의 일당이 얼마인지 궁금해 집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의 힘들게 일해서 받아 들고 가는 돈은 4일 동안 고작 30. 그리고 관광객들이 주는 팁을 약간 받아 돌아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트레킹을 위해 회사에 500불 가까이 되는 돈을 냈는데, 포터들이 받아가는 돈은 저것 밖에 안되다니.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지하기에 힘들게 일하고도 저 정도 밖에 돈을 받을 수 없는 저들의 처지가 불쌍하기도 합니다. 영어만 할 수 있어도 가이드 일을 하며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텐데 말이죠.

 

 

고갯길 정상에 다다르기 전 마지막 휴게소가 나왔습니다. 그 뒤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정말 시원하죠 ? 4천미터 가까이 되는 이곳 휴게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담배. 당연히 찾는 사람이 있으니 저렇게 다들 준비를 해 둔 거겠죠?

 

 

 

그곳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세분의 아주머니는 아주 친해 보이다가도 손님이 오면 전쟁처럼 치열한 판매영업을 합니다. 제발 싸우지만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ㅋ. 그분들도 관광객들에게는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포터들과는 잘 어울려 재미있게 장난도 치고 웃기도 하십니다. 그저 순박한 시골사람들인 걸요. : )

 

 

 

 

4200m 의 고개에 도착한지 2시간이 지났을 무렵 가장 후미에 있던 필리핀, 태국 친구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한도전을 패러디 하며 한 장의 사진을 남기구요 ㅎㅎ

 

 

 

이제 두 시간만 더 가면 두번째 캠프에 도착. 그런데 어째 날이 심상치가 않더니 막판에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많이 젖기 전에 캠프에 도착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비를 홀딱 맞았군요. 찝찝하기도 하고 해서 찬물에 샤워를 하는데 물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로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ㅋㅋ 샤워실에 처음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대충 씻은 뒤 덜덜 떨며 나옵니다. 그리고 따듯한 코카차와 함께 카드게임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죠.

 

 

셋째날. PACAYMAYU~WINAYWAYNA(16km) 이제 마추픽추가 코앞에 있을 것 같은 마지막 캠프장 까지 이동을 합니다. 고도도 2천 미터대로 내려가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전혀 무리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이드 빅터의 말.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외면하고 트레킹을 시작한지 30분도 안되어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 시간여를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없어 우리는 비옷을 입고 우중산행을 시작했죠. 그곳에서 만난 이름 모를 야생화들과 아직도 추측이 난무하는 집단 거주지. 잉카인들은 과연 이곳을 왜, 어떤 이유로 사용했으며 어떻게 험한 산속에 정교한 축성 기술로 이 모든 것들을 쌓아 올렸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 캠프장에 도착. 저녁을 먹은 뒤 우리를 위해 고생해준 포터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해 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이들은 첫 기차를 타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는 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항상 웃음으로 일관해 준 그들.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을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힘을 실어 주고 싶네요.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힘쓰는 일 밖에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그런 대물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페루 정부도 투어회사도, 자기 배 불리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포터들에게까지 정당한 그들의 몫을 챙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마지막날, WINAYWAYNA~MACHUPICCHU(6km)평소보다 좀 더 이른 시간인 새벽 4시에 기상한 우리는 포터들이 준비해 준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고 힘을 내어 대망의 마추픽추를 보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합니다. 새벽5시에 문을 여는 입구에는 많은 이들이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마추픽추를 방문할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하지만 비수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듯 하네요. 하지만 개별적으로 트레킹을 할 수 없는 만큼 여행사를 통하거나 정부기관에 가셔서 꼭 사전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딱 한번, 가파른 고개만 하나 넘으면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라는 걱정을 하며 우리는 출발. 그러나 이게 뭥미 ㅋㅋ 4발로 기어야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관문.

 

 

2시간여를 걸으니 이곳이 INTIPUNKU 라고 하는 태양의 문. 저 멀리 안개속에 정말 티비에서만, 사진에서만 보던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우리 팀 모두는 서로 기쁨과 감격의 환호를 내 질렀습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이곳 마추픽추에 도착했더라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비를 맞고 3일동안 걸어왔던 그 동안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아무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마추픽추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죠.

 

 

가까이에서 본 마추픽추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신비롭고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빅터의 가이드를 통해 두 시간 가까이 이곳 저곳을 둘러본 우리는 입을 다물 수 가 없었죠. 해발 2000m 이상인 이곳에 발달된 도구 하나 없었을 시기의 잉카인들이 이렇게 잘 계획된 도시를 지을 수 있었다는 것만 가지고도 세계의 불가사이라 할 만한 곳이라 생각이 듭니다.

 

 

 

20톤이나 나가는 돌들을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 잘라내어 옮긴 것도, 그 돌들을 이렇게 빈틈없이 정교히 쌓을 수 있었던 것도, 태양의 위치와 각도를 맞추어 일년에 한번 이곳에 빛이 들게 만들었던 그들의 천문학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뿐만 아니라 계획된 수로시설과 농경시설, 어쩌면 그 때의 잉카인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마추픽추를 내려가기 전 입구에는 유일한 호텔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5성급 호텔인 마추픽추 생츄어리 롯지(Machu Picchu Sanctuary Lodge). 겉으로 보기엔 그저 그런 숙소 같아 보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좋기로 소문난 호텔 중 하나라고 합니다. 24시간 마추픽추를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평균 숙박 금액이 약 1000USD 정도.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죠 ? ㅎㅎㅎ 뜬금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곳에 숙소를 지을 수 있게 해준 페루정부가 다시금 원망스러워 집니다.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그들은 그렇게 큰소리를 내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이미 큰 돈을 벌어다 주는 통로인 자본주의의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마추픽추를 그리고 잉카의길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좀 더 불편함 없이 세계문화유산을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미에 여행가시는 분들은 꼭 놓치지 말고 보고 오세요, 절대 그냥 가지 마시고 가급적 사전에 공부하시고, 혹은 가이드를 대동하시고, 그것마저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다면 가이드북이라도 꼭 들고 가셔요. 분명 아는 만큼 보입니다. CHEERS!! 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