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PE/이탈리아

[도난. 그날밤] 누군가를 깊히 알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

Joy_girl 2012. 8. 14. 10:09

 

 

온 몸에 기운이 빠져버린 당신의 모습은

꼭 껍질이 벗겨진 나무처럼 보여 마음 아팠다.

하지만 저녁에 만나기로 한 숙소매니저는 온 캠핑장을 뒤져도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난 그냥 방으로 들어가자 했지만, 당신은 만나기로 했다면서

그 자리에 앉아 꼬박 세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당신이 앉았던 바로 그 옆자리에서 그 나쁜 매니저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밥을 처묵처묵하고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기만. 난 이날, 기만의 뜻을 몸으로 알았다. 

나에게 매니저가 누구인지 알려준 주방할아버지가 곤란하지 않게,

그 매니저에게 너 이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은 매니저에게 편지를 남기고 있었다. 기다리다 간다고 ...

그 모습을 보니 너무속상하고 화가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직접 한땀한땀 국기들을 새긴 배낭과 모든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또 그 상태로 세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매니저를 기다린 당신이

편지를 쓰고 있다.

침대에 누운 당신 모습이 너무 힘겨워 보였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그런 진국인 당신이 내 남편이어서 좋았다. 묵묵하고 진실한 당신.

그 남자는 비겁했고 당신은 진실했다.

나에겐 그거면 됐다.

 

2011.08.06. 일기장 - 이탈리아를 떠나며

 

그 후, 매니저는 남편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사과를 했고

티버 캠핑측은 우리에게 5박 숙박비 무료와 공항까지의 교통비를 제공했다.

한국에서는 보험사측으로부터 95만원을 보상받았다.  

이탈리아 티버캠핑의 주인아들(매니저)은 우리를 기만했지만,

주방 할아버지는 자신이 쓰던 배낭을 챙겨와 급하면 이거라도 쓰라고 자신이 연신 미안해했다.

그래서 우린. 이탈리아가 나쁘다고도 이탈리아가 싫다고도 말할 수가 없다.  

주방 할아버지의 마음 때문에...

그리고 우린 이렇게 또 한걸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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