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그들을 말하다

[Vol.1] 두근거리는 첫 카우치서핑

Joy_girl 2012. 7. 11. 17:02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설렘이죠.

특히나 우리처럼 1년이라는 계획을 잡고 출발한 상황에선 

두려움을 동반한 두근거림으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아시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프로모션 덕에

우리는 쿠알라룸푸르를 아시아 여정의 헤드쿼터로 잡았어요.

그리고 그 시작은 대망의 "카우치서핑"과 함께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카우치서핑이란?

 

여행을 좋아하는 전세계인들의 거대 사이트.

누군가가 자신의 집으로 여행객을 초대 혹은 수락하면,

여행객은 그 집에 무료로 숙박을 할 수 있다.

카우치라는 말 자체처럼, 집 소파에서 잘 수도 있고, 방에서 잘 수도 있고.

요건 복불복! 하지만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고 그들 문화도 배울 수 있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어 일석다조!

 

한 멋진 카우치 호스트(집주인)는 이런 말을 했다

"난 해외여행을 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난 세계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완전 멋지죠~ ^^*

사이트는 www.couchsurfing.org  물론,무료가입입니다. ^^

 

그렇게 두근대는 마음으로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빌딩 숲 사이에 섰습니다

제이의 배낭과 저의 캐리어. 그리고 어찌할바를 몰라 둥글거리는 우리의 두 눈.

처음이라 주소를 찾아서 가야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우리는 일단 전화를 했어요

"우리 여기 쿠알라룸푸르인데..."

"그래? 알겠어 30분만 기다려 바로갈께! "

 

 

우리의 첫 호스트, 젤메이(zelmey)

 

카우치 서핑을 처음해보는 우리는 어찌 집을 찾아가야할지 몰라 전화부터 걸었고,

그는 기꺼이 우리를 데리러 나왔습니다

 

수영장이 딸린 경관 좋은 집에서 혼자 사는 남자.

젤메이는 우리에게 누누히 "너희가 내가 처음 받은 커플" 이라고 강조를 합니다

그랬어요. 정말이지 그는 매.우. 솔직했죠

 

왜 본인으로 호스트를 정했는지 궁금해하며 물어보는 그에게

 우리도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넌 말레이시아 오리지날로 보였다고. 우린 주민이 만나고 싶었다고."

외모와 종교를 고려한 완벽한 선택이었다고요.

그랬더니, 젤메이도 자신이 우리를 수락한 이유를 말해줍니다. 

'만약 내가 너희의 첫 호스트가 된다면, 너희는 절대 나를 못잊을 거라서'

그래서 우리를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초대했다며,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맘에 드네요.

저 솔직함.

오히려 저 말 덕에, 우린 젤메이를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꽤 수준급의 기타실력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젤메이.

그의 거실위에 놓인 두껍고 커다란 코란책과 기타소리, 대학교 졸업사진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코란.

이슬람교의 경전 혹은 신의 언어.

그들에겐 '꼭 읽어야하는 것'이란 뜻으로 해석되는 책

그의 기타소리와 함께 내 손은 코란을 향합니다

대학원서보다 두꺼운 저 책 그리고 솟아오르는 호기심 !

저의 질문이 시작됩니다.

그의 솔직함이 저의 호기심을 의욕적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

 

-이슬람 남자들은 왜 많은 여자와 결혼하는 거야?

-우린 딱 세명만 가능해. 경전에 그렇게 써있어.

- 세 명 ?

-응. 하지만 그들을 똑같이 사랑해야해, 그렇게 못 한다면 절대 여러명과 결혼해서는 안돼.

 

그렇구나.. 무턱대고 남존여비사상은 아니었구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식사시간 .

남편이 불고기를 하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합니다.

참,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한국음식은 무엇일까요?

 - 불고기, 김치, 그리고....! 순두부찌게 !!

정말이지 여행다니며 깜짝 놀랐어요.

외국인들의 순두부찌게 사랑이 장난아니었어요~

정확한 발음으로. "슌.드.뷰.찌.궤. 베리 굿" 멋집니다. 우리음식 !

 

 

 

부엌의 두 남자

어떤가요. 젤메이. 말레이시아의 부호스러운 삘이 좀 나나요~^^

이 날 남편의 야심작 불고기는.. 충격적인 고기의 질로 인해...

(저희는 한국에서처럼.. 고기들이 왠만큼 질이 좋을 줄 알았습니다 ㅠ)

그러나 어찌나 질기신지,

다들 갈비처럼 뜯어먹는 희안한 상황이 연출되었으니...

 

미안해 젤메이.

원래 불고기는 저렇게 질겅질겅 질기지 않아

제이, 당신도 수고했어요.

그 뒤로 남편은 불고기만들기 거부증이 생겨,

음식을 만들 상황이 되면 단호히 삼계탕을 하겠다고 하였다지요  

 

 

사진을 찍자고 하자 상상치도 못한 저런 포즈를 하는 젤메이

아마 젤메이 부족의 전통 모션인가 봅니다

 

그리울꺼야, 젤메이

아니. 그립네

 

밑에 수영장에서 썬탠하고 있는 여자를 보며, 10층에서 매우 흐뭇해하던 네 표정과

무심한 척하면서도 새벽 3시에 우리를 공항까지 바래다줬던 네 마음씀씀이,

그리고 그 질긴 불고기를 맛있다며 뜯어먹어 준 네 입맛까지 !

그리울꺼야

어서 좋은 짝 찾아!

 

그렇게 젤메이의 집에서의 3박 4일이 흘러갔습니다.

젤메이와 그의 좋은 친구들과 함께 .. 

참으로 멋지게, 흘러갔습니다

비록 도시외곽에 있는 경관좋은 아파트라.. 우리는 시내구경을 하려면 택시를 타야해서

비용은 그닥 아끼지 못했지만 ^^  그 나라 사람을 만나 문화를 나누고 싶었던 우리의 1차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좋은 친구까지 얻고요.

게다가 제이는 젤메이의 집에서 창문을 열면 보였던 트윈타워를 멋지게 사진에 담아낼 수 있었답니다.

 

 

 

굿바이 KL.

굿바이 젤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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