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그들을 말하다

[Vol.2] 베트남의 미래와 만나다

Joy_girl 2011. 5. 8. 18:01

 

베트남 (하노이)


루앙프라방에서 하노이로 오는 동안 하루하고 2시간이 지났습니다.

총 26시간의 여정.

서울에서 시댁인 부산으로 가는 것도 멀미하고 힘들어 골골대던 내가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네요.

후에 이 시간은 만나는 여행자들과 얘기꺼리가 떨어졌을 때 아주 요긴하게 쓰입닏.

다들 "26시간.. 와우.," 하며 극적인 반응들을 보여줘서.... 나름 보람도 느끼고요. 하하 ^^;

다행히 슬리핑 버스여서 편안히 누워서 왔지만, 중요한 건

슬리핑 버스는 계속 주구장창 슬리핑만 해야한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눕거나 혹은 자거나


처음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밖에 나가서 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지루하고 뒹글뒹글 도착한 하노이는

정말 임펙터클하게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 티비에서 보던 그대로 오토바이의 천국 >

아니, 과연 그들에게 천국일까.

오토바이 교통대란 (일종의 traffic Jam)과 쉴새없이 눌러대는 클렉션소리는 

거의 혼을 빼놀 지경이었으니 -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은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어요.

"인도도 이만큼..이야?"

"여보 ㅡ,.ㅡ;; 인도는.... 클렉션 소리는 이것보다 10배 심하고, 차도에서 소가 걸어댕기고, 
그 옆 길바닥에선 어린애가 피리불고 있고, 코브라가 띠리리리~ 하고 올라가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빵터졌다.. 남편은.... 매번 저의 이 디테일한 설명을 참으로 좋아해요... -.-;


밤 9시경 하노이에 도착한 우리는 3일간 우리를 재워 줄 호스트, 

스무살의 롱을 만났습니다.

현관밖으로 나와 우리를 맞아준 고마운 롱과 롱의 어머니 ^^

롱의 어머니는 "한국은 잘 살고, 베트남은 못 살아서,.. 집이 좋지 않아 불편할텐데 괜찮겠냐고.."

롱을 통해 수줍게 물어오십니다.

그의 집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에겐 3층 본인방 맞은편 방을 내어주었습니다.

5층집이라니.. 롱의 말로는 보통 하노이의 집이 이런 스타일 이라고 하네요.

넓진 않지만 높히 올라가는 스타일.

< 하얀 칸이 롱의 집 >

이런식으로 색깔별로 집이 나뉘어집니다.
나름 가족간의 프라이버시도 보장되고 괜찮은 구조 같죠?

롱의 집에서 여장을 푼 우리는 (화장실 옆에 붙은, 더블룸이었다. 고마워 롱 ^^ )

다음 날 아침, 롱과 함께 하노이의 자랑 "쌀국수(pho)" 집을 찾아갑니다. 

쌀국수 옆에 개뼉다구 같이 생긴 튀김이 있길래,

씹어 먹으려고 하니 국물에 넣어 먹으랩니다.

역시 현지인과 함께 있어야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 !

 

아... 국물 맛 기똥찹니다.

 (세명이서 70,000동 / 쌀국수 하나에 천원 꼴 - 나중에 호이안에 도착하면 한음식에 70,000 동)

정말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저 개뼉다구 모양의 튀김은 그냥 먹었을 때는 질기고 아무 맛도 없더니,
국물 속으로 한번 침투하고나자, 금새 우리나라 "튀김우동"맛이 됩니다.

저 이 후로는 쌀국수를 먹을 때 마다 "저 놈 내 국물속에 던져주세요" 포즈를 취하고
아줌마나 아저씨가 내 국물속에 던져주면 ,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미소를 지어댔죠.

아, 정말 맛있어.

아마도 , 쌀국수 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영양성분인 지방을 저 놈으로 보충하는 듯해요 ^^

아침식사 후 롱과 남편은 축구를 하러 나갔습니다.
아스날 팬 롱과 맨체스터 팬인 남편은 각각 그네들의 유니폼을 입고 뛰러나갔습니다.
역시 남자들은 축구로 하나가 되네요.

모르긴 몰라도 롱의 친구들(대딩들)도 한국인 젊은남자를 만나 꽤나 업되있을 듯 !


그들을 보낸 후, 진정한 "베트남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한 커피전문점에 들어섰스비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니, 다음과 같은 모습의 커피가 등장.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 이것저것 만지고 있자,

점원언니가 와서 직접 해주며 연유도 넣어 먹으라며 손짓합니다.

영어가 되지 않는 점원언니는 처음에는 내 주변을 빙빙 돌더니

한번 눈웃음으로 인사한 후엔 본격적으로 나를 도와주기 시작해요.

한방울 한방울 똑똑 떨어지는 베트남 커피.

아. 베트남커피는 이렇게 한방울씩 여과한 후 마시는 시스템.

베트남 커피, 너의 이름은 인내다.  인내하는 자만이 마실 수 있으리니.


인내하고 있는데 점원언니도 내 앞에 반 구부리고 앉아 같이 인내합니다.

연유도 넣었는데 안 떠나시네요.
그래서 한번 씨익 웃으며 한 입 대고, 맛있다고 엄지손가락 치켜들자 그제서야 할짝 웃고 돌아갑니다.
내가 제대로 먹는지, 맛있게 먹는지 확인하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눈치보느라 연유를 너무 많이 넣었더니 달아서...... 먹을 수가.... 없네요.....


축구에서 돌아온 땀에 흠뻑젖은 롱과 남편이 돌아온 후,

롱의 어머님은 우리를 위해 베트남 가정식을 점심으로 차려주셨어요.

(롱의 아버지, 제이, 롱, 롱어머니, 나)

한 음식 , 한 음식 너무 맛있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이라서 우리는 두그릇씩 먹어댔어요.
같이 먹는 롱의 사촌과 롱의 아빠도 덩달아 두그릇씩. ㅋ
식탁위 음식을 보고 흥분한 남편이 "신짜오~" 하고 멘트르 날리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가 3초후에 박장대소.
(신짜오:안녕하세요, 깜언:감사합니다)

(아~ 남편 챙피해 >.<)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롱과 함께 호치민 유적지라던가 여러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하노이 대학교에 재학중인 롱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경영학 전공의 수재.

그 날 저녁 우리는 야외까페에서 롱의 대학친구들 약 십여명과 함께 "주스를 마시며" 축구경기를 관람했는데,
남편이 '이렇게 건전한 축구경기관람은 처음'이라며 축구를 보는 내내 좌불안석했다는후문이..

< 베트남 하노이 대학생들과 신나게 축구관람 >



집에 돌아온 롱은 우리에게 "어머니가 사온 티셔츠"라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봅니다.






ㅋㅋㅋ 음...

그래서 "한국소고기가 매우 좋다는 뜻" ㅋㅋ "품질이 좋다" ....
하고 설명해주니, 막 웃다가
다음날 이 티셔츠를 입고 아르바이트 첫출근을 했어요.


롱은 호치민을 자랑스러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베트남에 있는 모든 지폐에는 단 한명의 사진만이 동일하게 들어가 있는데 ,

그게 바로 "호치민"입니다.

우리처럼 신사임당, 이황, 이이, 세종대왕.. 여러분들이 찍혀있는게 아니라.

단 한 사람. 호치민만 . 들어가있습니다. 롱의 말에 의하면,

평생을 검소하게 살고,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걸 생각해서

결혼조차 않했다고 하니, 참 놀라운 사람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내게 더 놀랍고 고마운 건  

롱과 롱의 식구들.



스물 한 살의 청년 롱은

십년 후에는 더 멋진 베트남의 미래가 되어있겠지.

우리를 통해 세상밖으로 나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졌다고 하니,

베트남의 미래에 우리도 일조한거겠죠? ^^



고마워 , 롱 ! 한국에 오면 한우 티셔츠 말고, 진짜 한우를 보여주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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