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PE/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Vol.1] 우리 만난지 두해되던 날, 그날밤, 두브로브니크

Joy_girl 2011. 9. 14. 07:05


Edited by Joy

사람들의 얼굴마다 미소가 가득하다.

혹독한 비평으로 유명한 버나드쇼 마저 천국보다 아름다운 곳으로 극찬했던 이 곳.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이 곳. 두브로브니크.

 

천 년이 넘도록 이 마을을 지켜온 은회색의 성벽이 붉은 지붕의 집들을 감싸고


이른 아침, 사람들이 아침잠에 솔솔 취해있을 때,

성벽 위 머리위로 야옹이가 우리를 구경중이다.


여행자들 눈엔 그저 너무나 멋지고 웅장한 성벽 위에,
이 마을 사람들은 빨랫줄을 연결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이 곳엔 사람들이 살고있다는 여행자의 비밀스런 즐거움

3층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보니 창문을 두드려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이, 기분이 괜시리 상쾌해졌다.

 


성벽 사이 구멍 안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액자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액자가 내 눈에 들어오고...




배가 고파 찾아들어간 한 파스타 집에서 치즈를 아끼지않은 스파게티를 한 입 가득.
입 안 가득 좋은 풍미 ... !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룰루랄라 도착한 한 동네에서는
호수와 교회가 아름다운 교향곡을 이루고 있었다


(파인애플 드실래요?)



하늘색, 흰색, 초록색, 파랑색
눈부신 비비드컬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곳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밤이 되자, 은은한 달빛이 오래된 고성들의 불빛과 함께
아드리안 수면 위를 하얗게 수놓았다



오래되어 더 운치있는 아름다운 이 거리를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아름다운 광장과 공연장 (Rector's palace Atrium)

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은 음악축제가 한창이었고,
그 공연장에선 여러방송사에서 앞다투어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랬다. 이 날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뻬뻬로메오(pepe romeo)의 VIP 특별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일년 중 단 하루. 단 1회.

Jay에게 기념사진 하나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 한장 정도는 남기고픈 마음에...


그런데, 그 때 였다.
어떤 중년의 남성분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 이 공연 보고싶어요? "
- 네 ! 그럼요~!
" 그럼 이 표 가져요. 친구가 못 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주고싶네요 ^^"
- 감사합니다 !

이미 예 저녁에 매진됐을 거라 볼 생각도 못했는데 ...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앞에서 포즈잡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좋아보였던 걸까.


(득템녀)

그리고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뻬뻬로메오의 환상적인 기타선율과
(특히,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알함브라의 추억'은 이제까지 들어본 연주 중 단연 최고였다.)


자그레브 오케스트라에서 특별 초빙된 솔리스트들만의 아름다운 합주


그 어떤 사운드 시스템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아치형의 성이 만들어내는 자체적인 울림


팬으로 추정되는 우리 옆의 한 남자분은 그 모습을 종이에 옮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으로 문질러 바지의 질감을 살리고,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듬고

아마 이 분도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걸까.. 로메오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동그랗게 뚫린 천정밖으로 까만 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있고,
물방울 같은 기타소리는 별에 튕겨 내려오는 것 같았다.

로마에서의 일 따윈 까맣게 잊어버렸어


우연히 앉은 바위 아래,
달빛 받은 파도가 쏴아하며 부서지고 물러가고,

붉은 지붕위로 더 붉은 태양이 내려앉았을 때
여행시작 후 처음으로 오.로.지. 풍경만으로 행복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고 있는 당신이 내 곁에 있어 더 행복했다.

2011년 8월 8일
그렇게 우리는. 2년하고도 첫날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