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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마타이 기차 (콸라룸푸르-치앙마이 구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6. 15:53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다. 아직까지 국내 관광객에게 동남아는 휴양을 위한 여행지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방콕, 치앙마이까지 종단하는 루트는 여행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열차로 말레이 반도를 종주하는 ‘싱마타이’ 열차 여행은 휴식과 함께 삶의 기운을 복돋워줄 것이다.

밤새워 며칠씩 달리는 기차는 시베리아나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남아에도 그런 기차가 있다. 철로는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방콕, 치앙마이까지 말레이 반도를 종단한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프놈펜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하노이에서 중국까지도 각각 철로가 깔려 있다. 철로가 뚫릴 기미가 전혀 없는 라오스나 캄보디아 일부 지역만 버스를 이용한다면 싱가포르에서 파리까지 갈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태국 방콕을 찍고,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까지 버스로 이동, 씨엠립에서 프놈펜까지 기차를 탄 뒤 프놈펜에서 호치민까지 버스, 호치민에서 하노이를 거쳐 중국과 시베리아를 철도로 횡단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파리행 기차를 탄다. 우와~. 일단 말레이 반도 종주 루트부터 짜보자. 이름하여 ‘싱마타이’ 열차 여행. 3개국 수도를 ‘필수 코스’로 찍고 앙코르와트, 푸켓 등 ‘선택 코스’를 끼워 넣는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원칙. 날씨도 덜 덥고(시원하진 않다), 물가도 내려간다. 여행 기간은? 10일~무한대.

싱마타이 필수 코스

■싱가포르

유럽 배낭여행에 비교하자면 런던쯤 될까. 여행의 출발지다. 대중교통이 발달했고 사회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물가도 동남아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편. 싱가포르가 처음이라면 패키지 관광 일정을 따르는 것도 좋다. 섬 전체가 테마파크인 센토사 섬, 주롱새공원, 싱가포르 동물원 나이트 사파리가 대표 코스다.

두 번째라면 골목 구경을 추천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 아랍스트리트, 리틀 인디아, 유럽인이 많이 사는 홀랜드 빌리지. 저녁엔 싱가포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클락키, 보트키에서 느긋하게 맥주 마시는 것으로 마감. 먹을거리와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먹을거리 노점 수십 개를 한자리에 모은 푸드센터는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쇼핑가인 오차드로드엔 명품뿐 아니라 에스닉풍의 싱가포르 국내 브랜드 옷도 많다.

■쿠알라룸푸르

서울과 비슷한 분위기의 대도시다. 접은 우산 모양의 국립 모스크, 남산타워 같은 KL타워, 2004년 10월 31일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쌍둥이 빌딩(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이 볼거리.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타이베이의 101 빌딩이다. 부깃빈땅은 음식점과 옷집이 늘어선 젊은이 거리. 밤늦게까지 흥청거린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 편의점 여직원도, 여자 경찰도 모두 히잡을 두르고 있다.

■방콕

‘마니아’ 군단을 거느린 여행자의 도시다. 첫 방문 필수 코스는 왕궁, 거대한 와불이 있는 왓포, 새벽사원(왓아룬), 배낭여행자의 거리 ‘카오산 로드’. 쇼핑센터가 밀집한 씨암스퀘어는 우리나라의 명동과 대학로를 합쳐놓은 분위기의 거리다. 멀티플렉스, 명품 쇼핑몰, 이화여대 앞 골목 스타일의 작고 예쁜 옷가게, 공주풍 카페, 예쁜 찻집 등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다. 근교 1일 투어도 다녀올 만하다. 유적 답사나 사진 찍는 데 관심이 있다면 고도 아유타야 추천. 사원과 불상 유적들이 ‘굴러’다닌다. 배에 물건을 싣고 파는 담넌싸두악 수상시장, ‘콰이강의 다리’밖에 볼 게 없지만 칸차나부리도 인기 코스다. 카오산로드 여행사들이 1일 투어 상품을 4백50바트(1만2천원)에 판다.

싱마타이 선택 코스

■치앙마이

‘북방의 장미’ ‘태국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태국 북부 도시다. 근교 도이수텝을 비롯해 수십 개의 사원이 시내 곳곳에 남아 있다. 고산족 트레킹의 거점이기도 하다. 코끼리, 대나무 뗏목 등을 타고 고산족 마을에 가서 먹고 자는 1박 2일 코스는 1천2백 바트(3만5천원). 방콕에서 기차로 14시간 걸린다.

■앙코르 유적지

방콕에서 씨엠립까지 버스로 8시간 걸린다. 앙코르 유적지는 적어도 3일은 할애해야 한다. 유적에 관심이 있다면 태국 북부 수코타이도 빼놓을 수 없다. 퇴락한 불교 사원과 불상들의 도시. 앙코르에 비해 사람이 적어 좋다. 수코타이에서 가장 가까운 철도역은 핏사눌룩역. 방콕에서 8~9시간 걸린다.

■푸켓

동남아 여행의 장점은 휴양지에서 쉬어갈 수 있다는 것. 말레이 반도 남서쪽 해안을 따라 푸켓·피피섬·끄라비·코란타·뜨랑·랑카위·페낭이, 반대쪽 해안으로 후아힌·코사무이가 이어진다. 열차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국경도시 핫야이에서 푸켓, 끄라비까지 버스로 7시간 정도 걸린다. 푸켓에서 방콕까지는 버스로 13시간 거리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방콕­치앙마이 야간열차

‘동남아 기차’, 마음놓고 타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설은 다소 낡았지만 서비스만큼은 유럽 어느 기차보다 훌륭하다. 전세계 여행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기차 여행의 낭만도 살아 있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방콕­치앙마이 야간열차를 직접 타봤다.

■기차 등급

1·2·3등석, 침대·좌석 칸으로 운영된다. 태국 침대 칸은 낮엔 좌석으로 쓰다가 밤엔 침대로 ‘변신’한다.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등석에는 대개 에어컨이 설치돼 있고, 현지인이 많이 타는 3등석엔 에어컨이 없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철도 역사가 오래됐다. 말레이시아는 1885년, 태국은 1894년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인천­노량진 간 경의선 철로가 놓인 것이 1899년이다. 말레이시아 철도는 현재 총연장 2,262km, 태국은 4,041km다. 말레이시아 철도는 국가 소유지만 경영은 민간에 위탁한 상태. 태국 철도는 2만6천4백여 명이 근무하는 태국 최대의 국영 기업이다.

열차 내 시설 좌석은 문이 없는 컴파트먼트 형태. 두 좌석씩 서로 마주 보고 앉도록 배치돼 있다. 테이블은 의자 밑에 접혀 들어가 있는데, 필요할 경우 꺼내 설치하면 된다.

오후 8시 무렵부터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좌석을 침대로 바꿔준다. 1층은 마주 보는 두 좌석을 끌어당기면 되지만, 2층은 선반처럼 접혀 있는 부분이 침대다. 선반 속에 매트리스, 시트, 베개, 얇은 이불이 들어 있다. 침대마다 개인 커튼, 조명등, 그물망 쓰레기통이 달려 있다. 침대 길이는 1.8m, 폭은 70cm 정도. 2층은 이보다 좁다. 배낭은 침대 옆 통로에 둔다. 에어컨 성능이 너무 좋아 새벽엔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1등석에는 개인 화장실이 딸려 있지만 2등석은 객차 사이의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한다. 화장실 옆에 거울이 달린 싱크대가 있는데, 세면은 여기서 해결한다. 샤워는 할 수 없다. 국그릇만한 세면대가 달려 있을 뿐이다. 식당차는 밤이 깊어지면 현란한 조명에 쿵쾅거리는 음악으로 ‘나이트클럽’이 된다.

■서비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식사 주문을 받아 자리로 음식을 갖다준다. 저녁식사는 수프, 샐러드에 채소, 닭·돼지고기 볶음밥. 가격은 1백50바트(3천8백원). 플라스틱 식기에 담겨 나오지만 맛은 괜찮다. 얼음을 가득 담은 양동이에 묻어서 파는 병맥주는 병당 1백 바트로 슈퍼마켓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승무원이 옆에 붙어 ‘한잔 달라’며 ‘장사’를 하기도 한다. 주스와 간단한 스낵류도 판다. 차표 검사도 한다.

■역사

싱가포르 기차역(탄종파가역)은 세계에서 가장 적도에 가까운 역이다. 싱가포르 영토지만 말레이시아 소유. 역사 내부엔 티켓 창구와 푸드코트밖에 없다. 승강장은 출발, 도착 각각 하나뿐. 출발 1시간 전까지 승강장 출입문을 닫아놓는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쿠알라룸푸르 센트럴역)과 방콕 기차역(훨람퐁역)에는 샤워룸이 있다. 화장실처럼 개별 칸막이가 되어 있고 짐도 놓을 수 있다. 각각 5링깃(1천3백원), 10바트(2백50원)로 저렴하다. 일회용 샴푸, 비누, 치약도 판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은 크고 쾌적하지만 시내까지 택시로 30여 분 걸리는 것이 단점. 방콕 기차역은 대합실 의자가 부족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요금과 예약하기

말레이시아 열차는 국내에서 인터넷 홈페이지(www.ktmb.com.my)로 예약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구간은 8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2등석 침대차 아래층 기준 93링깃(약 2만6천원). 위층은 2천5백원 정도 싸다. 1등석은 2등석 요금의 1.5배. 태국 열차는 인터넷 홈페이지(www.railway.co.th)로 노선, 요금 그리고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예약은 불가능하다. 역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 방콕­치앙마이 구간은 약 14시간 걸리며 요금은 2등석 침대차 기준 7백40바트(2만3천원)다. 방콕­치앙마이, 방콕­농카이(라오스 국경) 구간은 이용객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현지 여행사를 통하면 1백 바트 정도 수수료가 든다.

길잡이

싱마타이 기차 배낭여행은 재미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하기도 하다. 사흘에 한 번씩 야간열차를 타고, 낮엔 땀에 전 채 왕궁이며 사원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혈기왕성한 대학생만 기차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엔투어 해외영업부 김신철 팀장은 “가족이 함께 싱마타이 기차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출장이나 패키지 여행으로 방콕, 싱가포르, 푸켓 등을 다녀온 사람들이 첫 자유 여행으로 기차 배낭여행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여행 시기는 11~2월. 우기인 7~9월도 기온이 높지 않아 여행할 만하다. 우리나라 장마철처럼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 차례 열대성 스콜이 쏟아지는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혹서기인 3~5월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 경비는 항공권·교통비·숙박비를 제외하고 1일 1만~2만원 정도 잡으면 된다. 1싱가포르달러는 약 6백12원 정도. 말레이시아 링깃은 2백90원, 태국 바트는 25원 정도다. 전압은 세 나라 모두 220V지만 코드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어댑터가 필요하다.

동남아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음식. 싱가포르에서는 매운 게요리(칠리크랩), 닭고기에 흰밥을 곁들인 치킨라이스, 코코넛 밀크를 넣은 국수 락사, 볶음 쌀국수 챠꿰띠아우를 꼭 먹어볼 것. 태국은 맛의 천국.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매운 해물수프 톰얌쿵, 볶음 국수 팟타이, 볶음밥 카오팟, 당면 넣은 샐러드 얌운센, 볶은 게 커리인 푸팟퐁커리 등을 싼값에 먹을 수 있다. 노점 음식도 맛있다.

여행 정보는 싱가포르(www.visitsingapore.com), 말레이시아(www.mtpb.co.kr), 태국(www.tatsel. or.kr)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여행 정보 사이트 아쿠아(www.aq.co.kr), 트래블게릴라(www.travelg.co.kr), 태사랑(www.thailove.net) 등은 깊이 있고 현장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방콕 카오산로드의 한국음식점 동대문(cafe.ntour.co.kr/dongdaemoon), 치앙마이 한인 게스트하우스 미소네(www.cafe.daum.net/ ChiangMai) 등도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대행해준다. 엔투어(www.ntour.co.kr)는 지난해 12월부터 싱마타이 기차 배낭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항공, 교통, 숙박이 포함된 일종의 호텔 패키지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방콕에 치앙마이와 푸켓을 묶은 15일짜리 싱마타이 종단 상품은 1백19만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방콕에 앙코르와트, 하롱베이, 홍콩을 포함시킨 상품은 각각 94만, 1백9만, 1백9만원이다.